트위터, 트럼프의 전유물?…바이든도 미묘한 '메시지' 남긴다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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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0 09:30   수정 2021-06-08 00:02

트위터, 트럼프의 전유물?…바이든도 미묘한 '메시지' 남긴다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김정은이 내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만나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긴 편지였는데 대부분이 이 터무니없고(ridiculous) 비싼(expensive)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이같이 말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에 대한 친근함을 표시하며 친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그보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며 이를 ‘터무니없다’고 표현한 것에 파장이 일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만 하더라도 트위터에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며 김정은에 대해 호감을 드러냅니다. 한·미 연합훈련을 터무니없다고 말하기 2주 전에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전혀 언짢지 않다”며 두둔하기까지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관련 협상 뿐 아니라 주요 대외 정책마다 국무부를 ‘패싱’하고 트위터에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트위터는 말 그대로 ‘트럼프 정치’의 상징이었습니다.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vs "오늘 만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 만큼은 아니지만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종종 냅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 역시 트럼프가 사용하던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을 인수한 것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올리는 트윗은 줄고 주요 부처 장관 등 행정부 고위직들이 트위터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가 비교적 늘었다는 점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때로는 막말에 가까운 직설적인 의견 표출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읽힐 때가 많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담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각각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올린 트윗이 대표적입니다.


“오늘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 나는 기후 위기와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우리의 공동 노력을 논의했다.”

별 다를 것 없어보이는 첫 문장은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장관회담에 대한 트윗의 첫 문장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G7회의에서 오늘 모테기 외무상과 만난 것은 훌륭했다.”

정 장관과의 만남에 대해 “오늘 정 장관과 만났다”고 소개하는데 그쳤던 블링컨 장관이 모테기 외무상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훌륭한 만남(Great to meet)”이라고 칭한 것입니다. 큰 의미없는 우연의 일치라 보기에는 유독 한국과의 만남에만 ‘좋다’ 혹은 ‘훌륭하다’는 가치 평가가 따라붙지 않았습니다. G7 회의 기간 진행된 다른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회담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트윗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독일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만남(Very Good meeting)’, 브루나이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좋은 만남(Good meeting)’,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의 회담에 대해서는 ‘만남은 훌륭했다(Great to meet)’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한·일 순방 때도 양국에 대해 이같은 미묘한 차이가 담긴 트윗을 올렸습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정 장관과의 회담 뒤 “정 장관과의 오늘 만남은 훌륭했다(Great to meet)”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방한 직전의 방일에서 모테기 외무상과의 회담 뒤에는 “내 친구이자 일본 카운터파트인 모테기 외무상과 만난 것은 기쁜 일이었다(Pleasure to meet)”며 가치 판단과 함께 ‘내 친구’라는 표현까지 따라붙었습니다.
'韓美 시각차' 드러난걸까
국가 간의 외교에서 용어 선택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뤄집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매우 예외적인 인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히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용어를 선택할 때는 많은 의미를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린치핀(linchpin·핵심축)’과 ‘코너스톤(cornerstone·초석)’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이 한·미 동맹을 지칭하는 대표 단어인 린치핀은 원래 미·일 동맹을 지칭하던 단어였습니다. 마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고정하는데 쓰여 빼버리면 마차 전체가 무너지게 만드는 린치핀처럼 중요한 동맹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이라고 말합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가 한·중·일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장하는 등 미·일 동맹을 흔드는 듯한 움직임이 나오던 상태에서 나온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라 일본이 발칵 뒤집힙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이 돼서야 미·일 동맹을 지칭하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합니다. 바로 코너스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총리 취임을 앞둔 아베 신조 당시 자민당 총재와의 통화에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며 굳어집니다. 동맹보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린치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렸습니다.

린치핀, 코너스톤과 같이 추상적인 비유에 사용하는 단어를 두고도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하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이같은 ‘단어의 외교’는 동맹 중심의 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마침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미묘한 차이는 트위터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 국무부가 한·일 양국과의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 낸 보도자료도 큰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미 국무부는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 결과를 소개하며 “블링컨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정 장관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블링컨 장관과 정 장관은 공유하는 안보 목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하기로 한 양국 간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된 의제에 대해 언급하며 일본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고 명확하게 지칭한 반면 한국과는 ‘공유하는 안보 목표’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표현을 넣기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외교수장의 트위터에서 계속해서 드러난 미묘한 차이가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송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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