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달러 자존심…외환보유액 비중 25년만에 '최저'

입력 2021-05-09 17:05   수정 2021-05-10 03:21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자산이 차지한 비중이 60%를 밑돌아 25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이나 다른 통화 자산을 사들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세계 149개국의 외환보유액이 11조8000억달러(약 1경3222조원)로 집계됐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달러 표시 자산은 7조달러였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자산이 차지한 비중은 59%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달러 자산 비중이 60% 선을 밑돈 것은 1995년 이후 25년 만이다. 달러 자산 비중은 2001년 말 70%까지 오른 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5년 일시적으로 65% 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대규모 확장재정이 달러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가 시중에 풀리면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체 자산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달러 자산 기피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잔액은 작년 말 1조700억달러로, 2013년보다 20%가량 줄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자산이 차지한 비중도 2017년 50%에서 작년 9월 약 20%로 급감했다. 터키와 브라질 등 신흥국도 최근 수년간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였다.

반면 달러 이외 통화 자산 비중은 높아졌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유로 자산이 차지한 비중은 21%로, 6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엔화 비중도 6%대를 회복해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 한 해 동안 일본의 중장기 국채를 2조2000억엔 순매수했다. 중국이 달러 비중을 낮춘 대신 엔화 비중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비중도 처음 2%를 넘어섰다. 러시아가 위안화 자산 비중을 2017년 0.1%에서 3년 만에 12.3%로 끌어올린 효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달러 이탈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IMF는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에서 다른 자산으로 외환보유액 구성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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