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못 참지"…10대그룹 중 삼성·LG 빼고 다 뛰어들어

입력 2021-05-11 17:34   수정 2021-05-19 15:47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었지만 좀처럼 판매가 늘지 않은 탓이다.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도 들었다. 테슬라 등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자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졌다.

이후 1년. 상황은 반전됐다. 수소가 ‘탄소중립’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로 꼽히면서다. 탄소중립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SK 포스코 한화 현대중공업 효성 코오롱 등 국내 주요 기업은 경쟁적으로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10대 기업 중 8곳이 수소사업을 하고 있거나 진출을 검토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 시장 선점 경쟁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고 했다.
“기후악당 오명 벗자”…수소 활용 늘어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를 제외한 10대 그룹은 일제히 수소사업을 추진 중이다. SK가 가장 공격적이다. 5년간 약 18조원을 수소사업에 투입한다. 대부분 수소 생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3년까지 연 3만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는 게 시작이다. 투자금만 약 5000억원이다. 2단계 사업은 그 10배인 5조3000억원을 쏟아붓는다. 2025년까지 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인근에 연 25만t의 수소 생산기지를 짓기로 했다. SK는 올초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플러그파워 기술을 활용해 아시아 수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넘어 수소연료전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말 ‘HTWO’란 이름의 연료전지 브랜드를 내놨다.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중국 광저우에 연료전지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 연 6500개의 연료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수소전기트럭을 2023년부터 양산하고, 수소전기버스 보급에도 나선다.

포스코는 철강 공정에 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철소들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넣어 쇳물을 뽑아낸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제철소가 ‘기후 악당’이란 오명을 얻은 이유다. 포스코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개발 중이다. 수소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제철소에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수소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제철에 수소를 활용하면 2050년 연 370만t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수소사업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필요한 수소를 자급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수소 연 50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화의 수소사업 확장은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 셀·모듈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수전해 방식 수소 생산은 전기가 필요한데, 태양광발전을 통하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순수한 그린수소를 얻어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소 운반선, 수소 연료 추진선, 수소 건설장비 등의 개발에 나섰다. 두산은 연료전지, 액화수소 생산, 수소 드론 등의 사업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효성은 수소충전소 건설과 연료탱크 개발, 액화수소 생산을 추진 중이다.
ESG 경영 강화에 유리
국내 주요 기업이 앞다퉈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컨설팅기관은 수소 시장 전망치를 경쟁적으로 높이고 있다. 작년 5월 영국 바클레이즈는 수소시장 규모가 2050년 1조달러(약 1120조원)에 이를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 그러자 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는 160조엔(약 1640조원)이란 새 예상치를 제시했다. 맥킨지는 2조5000억달러(약 2240조원)로 전망치를 더 올렸다. 그러자 골드만삭스가 쐐기를 박았다. 같은해 9월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란 수치를 내놨다. 수소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싹 다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재계의 트렌드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수소사업은 꼭 들어맞는다.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서 특히 수소는 화두다. 국내 최대 정유·화학사업을 하는 SK는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을 강조하자 배터리에 이어 수소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정유사 현대오일뱅크 또한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 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석탄 화력발전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두산중공업은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 생산, 수소충전소 12개 설립, 발전용 연료전지 15GW 생산이 목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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