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컨셉이 깔아놓은 M&A 판, 무신사가 마침표 찍었다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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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1 09:25   수정 2021-05-11 09:42

W컨셉이 깔아놓은 M&A 판, 무신사가 마침표 찍었다 [마켓인사이트]

패션 전문 온라인몰 1위 업체 무신사가 여성 쇼핑몰 2위 업체 29CM를 인수하자 패션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가 쓱닷컴을 통해 여성 쇼핑몰 1위 업체 W컨셉을 품에 안으면서 무신사에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었으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무신사의 강한 의지가 이번 29CM 인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하는 등 무신사를 꺾겠다는 플랫폼 강자들의 도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업계 판도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2021년 5월7일 기사 참조 ([단독]무신사, 스타일쉐어·29cm 동시에 품는다.. 조만호의 승부수 통할까 )



빨라진 패션 플랫폼 M&A 경쟁, W컨셉이 불 붙였다

패션업계 인수·합병(M&A) 판을 연 건 W컨셉이었다. 최근 2~3년 동안 내내 매물로 거론되던 W컨셉이 지난달 결국 신세계그룹에 안기면서 M&A 경쟁이 속도전으로 확전됐다. W컨셉은 2017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지분 80%를 6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IMM은 W컨셉의 기업가치를 약 1000억원으로 추산했었다. 당시 W컨셉의 총상품판매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은 900억원. W컨셉의 지난해 GMV는 3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IMM이 2650억원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4년 만에 400% 이상의 차익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투자회수(엑시트)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A업계에 따르면 W컨셉을 인수하기 위해 무신사도 막판까지 뛰어들었으나 신세계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사업을 강화해 무신사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운 신세계로서는 W컨셉의 주요 소비자층이 구매력 강한 2030 여성층인 데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들이 대거 포진한 매력적 매물이었던 것이다.

또 큰 틀에선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등 현재 M&A전에 뛰어든 플랫폼들과 W컨셉의 물류, 배송 등을 공유하며 온라인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있다. 아직 이베이코리아, 요기요의 최종우선협상대상자는 발표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 롯데온(5%), 쓱닷컴(3%) 순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30%는 넘어야 안정적으로 시장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쿠팡 등 선두주자들의 점유율이 10%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반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패션사업 성패는 2030 여성 손에 달렸다

패션업계 M&A 판이 지각변동을 일으킨 건 ‘패션테크’ 업체로 불리는 지그재그, 브랜디, 에이블리 같은 쇼핑앱이 급부상하면서다. 이들은 동대문 패션의 저렴한 가격, 트렌드를 빨리 반영할 수 있는 제조 시스템을 강점으로 1020 여성을 겨냥했다. 하루배송, 오늘배송, 새벽배송 같은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강화했고, 구매가 반복될수록 개인 맞춤형 상품을 보여주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들 패션테크 기업들이 급성장하자 투자금도 몰려들었다. 브랜디는 지난해 네이버로부터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에이블리는 신세계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탈(SVS) 계열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1호 투자기업으로 선정돼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그재그는 카카오가 품에 안으면서 패션테크 업종이 ‘핫’한 매물로 부상했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1020 소비자들이 두텁게 포진했다는 점이다. 1020 중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이 압도적이다. 이들이 10년 뒤 2030세대가 되어서도 더 많이 지갑을 열 것이란 점에서 1020 여성 소비자를 확보한 플랫폼은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패션테크 기업들이 중점을 두고 있는 빅데이터 사업은 추후 확장 가능성이 높아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W컨셉을 놓친 무신사가 한 달여 만에 29CM를 품에 안은 것도 여성복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W컨셉은 전신인 위즈위드 때부터 브랜드 패션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W컨셉에 입점된 브랜드는 4700여개, 회원 수는 500만명에 달한다. 여성 패션 플랫폼 1위로서 W컨셉이 보유한 여성 회원들은 무신사의 약점이기도 하다. 물론 2016년부터 무신사는 여성 쇼핑몰 우신사를 열고 여성복 강화에 힘써왔지만 여전히 남성 소비자층이 80%에 달할 정도로 남성에 치우쳐있다.

게다가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이 2016년 199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6배 이상 폭증했지만 최근 성장폭은 다소 주춤한 상황. 연매출도 2019년 2197억원에서 지난해 3319억원으로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 감소한 45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거래액 목표치인 1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이익률도 높이기 위해선 여성복 사업을 강화하는 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030 여성 소비자의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말 이랜드가 미쏘, 로엠, 에블린 등을 보유한 여성복사업부를 매각하려다 올 들어 이를 번복하고 계속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매출이 급증하는 봄철이 되자 새 옷을 사려는 여성들의 보복소비가 폭증했고, 이랜드 입장에선 잘 되는 여성복 사업을 굳이 팔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미쏘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320%나 급증했다. 이랜드그룹은 연매출 규모론 총 3000억원대에 달하는 여성복 사업부를 더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신사가 29CM를 인수한 핵심 이유는 '브랜드'

W컨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무신사가 29CM로 눈을 돌린 또 하나의 이유는 ‘브랜드’ 때문이다. 성장세로만 보면 지그재그나 브랜디, 에이블리가 훨씬 매력적이지만 브랜드 패션에 초점을 맞춘 무신사로서는 동대문 비브랜드 기반의 패션업체는 애초에 인수 대상이 아니었다. W컨셉이나 29CM처럼 브랜드를 앞세운 패션기업들이 입점한 플랫폼이어야만 했다.

무신사가 인수한 29CM는 ‘온라인 셀렉트숍’을 표방한다. 여러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또는 셀렉트숍)의 온라인 버전이라는 뜻이다. 편집숍은 일반 패션매장보다 더 넓고 쾌적한 쇼핑공간을 제공하며 여러 브랜드를 비교한 뒤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29CM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것도 쇼핑 편의성 및 차별화된 브랜드 덕분이다. 29CM에 대거 포진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무신사의 여성복 플랫폼인 우신사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들보다 대부분 가격대가 높다. 경쟁상대가 아닌 보완재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랜드 패션 사업에 대한 무신사의 의지는 강력하다. 올 3월 무신사는 일부 입점 브랜드들에 “브랜디, 에이블리, 브리치 등 도매상품을 취급하는 플랫폼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무신사에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판단해 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무신사의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플랫폼 정체성을 더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입점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입장에서 ‘브랜드 패션은 무신사’라는 이미지 구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무신사가 유니클로를 겨냥해 선보인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를 키워야 하는 판국에 가격대가 비슷한 비브랜드를 견제할 필요도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신사가 지난해 “다 무신사랑 해”라는 광고 카피문구를 올 들어 “브랜드 패션은 다 무신사랑 해”라고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2018년 무신사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지난해 창업투자회사 등록도 마쳤다. 직접 패션 브랜드를 키우는 벤처캐피탈(VC)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무신사합자조합1호 펀드를 통해 앤더슨벨, 내셔널지오그래픽, 배럴즈, 커버낫, 쿠어 등의 브랜드에 투자했다. 지난해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함께 조성한 100억원 규모의 AP&M뷰티패션합자조합 펀드를 통해 제이케이앤디, 디스이즈네버댓에, 올 들어선 유어네임히얼에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엔 202억원 규모의 스마트무신사-한국투자펀드1호를 조성해 콘크리트웍스, 코드그라피, 브랜디드인더스트리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의 배경은 무신사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무신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 L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무신사도 또 다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키워 패션업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조만호 무신사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무신사가 2019년 국내에서 10번째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만큼 ‘제2의 무신사’를 발굴하겠다는 것.

무신사 입점 브랜드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6000개를 넘었고 회원 수는 840만명에 달한다. 월 사용자(MAU)도 400만명으로, 29CM(240만명)나 W컨셉(30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무신사가 브랜드 패션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매출 기여도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 파는 비브랜드 중심의 쇼핑몰은 보통 원가의 1.2배에서 많아야 1.5배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지만 브랜드 제품은 원가의 3~4배가 기본”이라며 “디자인과 기획, 생산과 유통을 직접 담당하는 브랜드 패션 사업의 특성상 원가 대비 마진이 높고 이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패션업계 판도는 어떻게 될까?

W컨셉이 깔아놓은 M&A판에 무신사가 마침표를 찍으면서 패션업계 판도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무신사와 29CM, 쓱닷컴과 W컨셉, 카카오와 지그재그, 네이버와 브랜디(투자 유치) 조합 중에 현재로선 무신사+29CM가 가장 강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신사가 이번에 3000억원에 인수키로 한 29CM와 스타일쉐어 회원 수를 무신사(840만여명)와 합치면 중복 소비자를 감안하더라도 최소 1700만명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무신사 연매출 3319억원에 29CM(257억원), 스타일쉐어(150억원)를 더하면 2020년 기준으로만 3726억원. 2위인 W컨셉의 회원이 500만명, 작년 매출 710억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나는 편이다.

물론 쓱닷컴이 W컨셉을 얼마나 더 키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이 이미 패션·뷰티 전문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명품 전문 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W컨셉은 고가보다는 중가 중심의 여성 특화 브랜드 쇼핑몰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통해 쇼핑사업 강화,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6일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지그재그의 패션 콘텐츠를 선보여 지그재그로의 유입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그재그의) 글로벌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채널에 패션 브랜드별 파트너를 추가하면 카카오톡 이용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부문을 떼어내 크로키닷컴(지그재그 운영사)과 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는 7월1일 합병 법인이 출범하고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합병법인의 수장은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앞으로 패션업계는 1020세대, 여성 소비자, 브랜드 VS. 비 브랜드, 빅데이터 시스템 등 다양한 이슈별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확실한 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3조1000억원이었고 올해는 159조원, 내년엔 189조8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10일(04: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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