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치매정복, 꿈 아냐…정신의학·물리학으로 응용 넓혀야"

입력 2021-05-13 17:35   수정 2021-05-14 10:28


“인공지능(AI)의 음성인식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술 기반 AI 비서 등이 정말 사람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 있을까요?”

김윤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3일 ‘AI미래포럼(AIFF)’ 웨비나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는 바로 “아니다”고 자답했다. AI가 가진 강력한 힘을 아직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CTO는 애플의 음성인식 개발팀장으로 AI 비서 ‘시리’를 개발한 세계적 인공지능 전문가다. 그런 그가 ‘AI의 현주소’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그는 “AI가 신뢰할 만한 인간의 ‘디지털 동반자’로 거듭나려면 AI 성능 측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활용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정신의학 등 분야까지 진출해야”
AI미래포럼은 학계, 기업계 등 전문가 3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AI 연구 네트워크다. 지난 3월 창립 웨비나를 열었고 이날 ‘AI의 기대와 현실,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두 번째 웨비나를 개최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김 CTO는 “궁극의 AI는 소비자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기여하는 디지털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AI가 말하는 이의 숨겨진 의도와 개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유익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AI 기술 수준 측정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CTO는 “AI 음성인식에선 단어 인식 오류율을 주요 평가 지표로 쓴다”며 “이 지표는 현재 8%로 상당히 양호하지만 실제 AI 서비스는 만족감이 낮다”고 말했다. 그는 “말의 의도와 상황에 대한 이해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기술 측정 체계를 마련해야 AI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로 풀 수 있는 문제가 훨씬 많은데 새로운 활용 분야를 개척하는 노력이 부족한 ‘편중 현상’도 AI의 산업적 사회적 진화를 막는 걸림돌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개척해야 할 분야로는 치매 등 정신건강 분야와 물리학·화학 등 자연과학을 꼽았다. “AI로 뇌과학을 집중 연구하면 의학계 최고 난제인 치매도 치료할 길을 찾을 수 있는데, 그런 과감한 시도가 부족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AI 의료기기 현장 적용 지원 시급”
의료 AI 분야에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휘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AI 의료기기가 6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개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기기는 한 개도 없어 의료 현장에서 활용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AI 의료기기의 특성에 맞는 평가 체계를 만들고 ‘AI 임상시험센터’를 세워 의료 현장에서 AI 의료기기를 쓸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환 뷰노 CTO도 “미국은 AI가 적용된 혁신 의료기기에 대한 한시적 수가 적용 등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진국에 비해 AI 의료기기 활용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뷰노는 의료 영상을 AI로 분석해 암, 망막 질환 등을 조기 진단하는 기업이다.
“AI 속도 조절을”…단계별 도입이 핵심
제조업과 국방 분야에서도 AI 발전 전략이 제시됐다. 김재완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제조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불량품 검증 AI는 공정 형태 변화에 따라 AI 학습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라벨링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용 AI를 개발하는 EpiSci의 류봉균 대표는 “AI 파일럿 등의 성능이 많이 올라왔지만 당장 조종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이어 “AI가 신뢰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기능을 강화하고, 제한적으로라도 설명 가능한 AI 모델을 갖춰 인간과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AI업계에선 챗봇 서비스 ‘이루다’가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소수자 혐오 답변을 해 논란이 일었다. 오순영 한컴인텔리전스 CTO는 “AI 개발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사전 점검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 전반적으로 AI 개발 때 다양한 상황에 따른 표준 체크리스트를 운영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이시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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