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우리 증시랑 무슨 상관이길래…[이슈+]

입력 2021-05-14 07:23   수정 2021-05-14 07:25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한국 증시도 흔들었다. 물가가 오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39.55포인트(1.25%) 내린 3122.11에, 코스닥은 15.33포인트(1.59%) 하락한 951.77에 각각 마감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 11일부터 매일 1%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11~12일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클 것이란 우려가, 13일엔 예상보다 높게 나온 CPI가 각각 증시를 짓눌렀다.

미 노동부는 4월 CPI가 전월 대비 0.8%,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 13년만에 최대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이었다.
‘물가상승-금리인상-성장주 가치 하락’ 공포
물가 상승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금리가 오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증시를 이끌어온 기술주(성장주)의 주가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의 적정 가치는 해당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이때 할인율로 사용되는 게 시장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의 기대 이익을 더 큰 비율로 할인해야 한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기업가치의 할인 폭이 커진다. 성장 기대감이 큰 주식들이 금리 상승 우려에 더 취약한 이유다.

글로벌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미 연준은 작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자 경제가 받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시장에 직접 대규모의 돈(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금리도 억눌렀다. 양적완화는 연준이 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연준에 채권을 파는 시장 참여자에게 채권 값을 지불하기 때문에 ‘직접 돈을 공급한다’고 표현된다.

연준이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화됐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고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다. 우선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해 시장 금리 상승을 용인하고, 이를 금융시장이 잘 받아들이는 걸 확인한 뒤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건 정상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누리던 통화당국의 보호가 사라진다는 우려로 금융시장에는 일시적인 충격이 가해진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대사와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서도 긴축발작 일어나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복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이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판단이 서자 2013년 6월19일(현지시간)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당일부터 4거래일동안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30%와 4.64%가 하락했다. 이 영향을 받은 코스피 지수는 2013년 6월 20~25일(한국시간)에 5.70%가 빠졌다. 당장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것도 아니고 6개월 뒤부터 시행할 수 있다는 발표만으로 나타난 결과다.

실제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처음 이뤄진 2014년 1월29일(현지시간)에도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도 FOMC가 열릴 때마다 양적완화의 추가 축소가 이뤄졌지만, 2014년 증시는 통화정책보다는 유럽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꾸준히 저점을 높여가며 2014년 연간으로 보면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7.52%와 13.40% 상승했다.
“여름 이후엔 물가 안정될 것”
이번엔 어떨까.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까지는 높은 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지만, 여름이 지나면 안정된다는 것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4월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지나치게 낮았던 전년 국제유가의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항공료, 호텔, 중고차 등과 운송 부문의 이용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판단되다. 또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도 일시적 물가 서프라이즈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월은 경제지표의 기저효과가 가장 강한 시기로 일시적 쇼크에 따른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단정짓기 어렵다”며 “미국 인플레이션의 5월 피크아웃(고점) 이후 시장의 공포심리는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물가가 제외된 근원 물가 상승률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4월 물가 쇼크는 기저효과 때문이 아니다”라며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0.9%로 39년만에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초여름까진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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