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자체 오디오 콘텐츠 확보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 세계 최대 ‘빅테크’ 애플, 글로벌 1위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 등이 각각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 확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 ‘영상 공룡’ 넷플릭스도 팟캐스트 플랫폼 출범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다.
플로 관계자는 “올해부터 3년간 음악 콘텐츠와 자체 오디오 콘텐츠 확보에 2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기존 음원 플랫폼 이용자에게 익숙한 음악·영화 주제를 비롯해 경제·예능·교양 등 새로운 분야까지 협업 논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입맛에 맞는 팟캐스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개인 오디오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넷플릭스는 작년 말엔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콘텐츠의 음성만 스트리밍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오디오 모드’ 기능을 테스트했다. 프로토콜은 “넷플릭스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스트리밍 사용자를 다른 플랫폼에 뺏기지 않으려면 영상뿐 아니라 주변 콘텐츠 세계를 망라해야 한다”며 “자체 팟캐스트 서비스로 발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은 이달부터 170개국에서 팟캐스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위터는 지난 4일 실시간 오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트위터 스페이스’ 기능을 도입했다. 아마존은 작년 9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뮤직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고, 작년 말엔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팟캐스트 기업 원더리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오디오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거액을 들여 영국 해리 왕자,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등의 유명인사를 자체 팟캐스트 제작자로 영입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연내 국내 청취자를 겨냥한 로컬 팟캐스트 콘텐츠도 출시할 계획이다.
팟캐스트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성장 시장과도 엮여 있다. 이들 기기의 보급률이 늘면 오디오 콘텐츠 수요가 그만큼 커진다. 팟캐스트를 광고나 자사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는 식으로 부가수익을 내기도 쉽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팟캐스트는 영상에 비해 투자금이 적게 들고, 제작 기간도 짧다”며 “이용자를 플랫폼에 잡아두는 자물쇠효과(록인효과)를 내기 위해 독점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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