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이던 상속인이 성년이 된 다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을까?

입력 2021-05-17 15:04   수정 2021-05-17 15:17



Ⅰ. 사실관계

A는 생전에 K에게 약 1,200만원 상당의 약속어음금 채무를 지고 있었는데, 사망하여 배우자 B와 자녀인 C, D(당시 미성년자)가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그 후 K는 D를 비롯한 A의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고 판결이 확정되었다. D의 법정대리인 B는 위 소송에서 당시 미성년자인 D를 대리하였다.

K는 이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D의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D는 성년이 된 후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이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다. D는 위 한정승인 심판이 내려진 후 곧바로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은, D가 나이가 어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이하 '상속채무 초과사실'이라고 한다)을 알지 못하다가 성년이 된 후 K의 신청에 따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지면서 비로소 상속채무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므로 그로부터 3월 내에 이루어진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적법ㆍ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2]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인식한 바를 기준으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정한 다음 이를 토대로 살폈을 때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애당초 적용되지 않거나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난 것으로 판명되면,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효과가 발생한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Ⅲ. 해설

1. 한정승인과 특별한정승인제도

피상속인으로부터 받게 될 상속재산보다 상속채무가 더 많거나, 어느 것이 더 많은지 잘 모르는 경우에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 이것이 한정승인이다(제1028조). 한정승인은 포기와 마찬가지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효력이 생긴다(제1030조 제1항). 그런데 피상속인에게 상속채무가 없는 줄 알았거나 상속채무보다 상속재산이 더 많은 줄 알고 기간 내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모르던 상속채무가 새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상속인들이 불의의 타격을 입게 되므로, 이러한 상속인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특별한정승인이다. 즉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3월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못하여 단순승인이 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제1019조 제3항).

2.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가 기준이 될까?

이 사건의 쟁점은 D의 한정승인 신고 및 그 수리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따른 특별한정승인에서,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을 미성년자인 상속인과 그의 법정대리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와 관련된다.

상속인이 미성년자 등 제한능력자인 경우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기간은 그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이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기산한다(제1020조). 그렇다면 특별한정승인의 요건인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이를 알게 된 날'도 법정대리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결론은 대리의 원칙상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제114조). 즉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미성년자녀를 대리하여 행한 법률행위는 본인인 미성년자녀에게 미치는 것이고, 그렇다면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의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3.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이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뒤에 본인이 직접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는 것으로 보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이것은 대리의 원칙이나 제척기간제도의 취지상 허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한 경우에 그 법적 효과가 미성년 상속인에게 미친다고 하면서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에 본인이 스스로 채무초과 사실을 알게 된 때로부터 3월 내에 다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것은 대리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법이 한정승인 및 특별한정승인에 3월의 제척기간을 둔 취지가 몰각된다.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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