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쓰리코리아 'R&D 10년'…국내 첫 친환경 수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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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9 15:27   수정 2021-05-19 15:29

에이치쓰리코리아 'R&D 10년'…국내 첫 친환경 수소 양산


충남 천안의 고려대 산학협력 연구개발기업이 촉매와 분리막을 사용하지 않고 그린수소를 양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청정기술로 친환경 수소경제를 이끄는 핵심이다. 국내 기업이 무촉매 수전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 그린수소 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는 주도권을 잡게 됐다.

에이치쓰리코리아(H3-KOREA·대표 김진관)는 자체 연구진이 10년간 연구 끝에 촉매와 분리막 없이 수소와 산소를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친환경 수소발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대표(수공학 박사)는 “대부분의 수전해 공법은 촉매와 특수 재질의 분리막을 사용하는데 제조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며 “무촉매 수전해 기술은 촉매 비용이 들지 않아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소가격을 2022년 ㎏당 6000원, 2040년 3000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2019년 발표했다. 이 회사가 공급 가능한 ㎏당 수소가격은 3000원으로 정부 목표를 20년 앞당겼다.
정부 수소가격 목표 20년 앞당겨
일반적인 수전해 기술은 촉매를 입힌 셀로 구성된 스택(stack)에 전해질을 넣은 물(전해수)을 넣고 전기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뽑아낸다. 대부분의 연구는 촉매에 집중돼 있다. 고전도 촉매를 얼마나 저렴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수소 제조 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촉매 단가를 최소화해야 수소가격을 낮출 수 있어서다. 촉매는 백금, 이리듐, 루테늄 등을 많이 사용한다. 티타늄 재질의 스택에 고전도 물질의 촉매를 입혀야 전기분해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백금 계열의 촉매 소재는 고가여서 세계적으로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체 물질 개발이 진행 중이다.

수전해 기술은 유럽과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 알칼라인, 고분자 전해질막, 고체산화물 등 세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 전해질과 촉매를 사용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넬, 미국의 델레다인, 프랑스 맥피, 덴마크 이티오가스(ETOGAS), 이탈리아 인엡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넬사의 경우 수소 생산 전력소모량이 49㎾h/㎏다. 수소 1㎏을 생산하기 위해 49㎾h의 전력이 소모된다. 반면 에이치쓰리코리아는 6㎾h/㎏면 가능해 넬보다 효율이 8.16배 높다. 넬이 사용하는 전력의 12.2%로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수소발생기 한 대(10억원)로 60㎾h의 전력으로 연간 87.6t의 수소를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5㎏) 1만75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신개념 수전해 효율 유럽의 8.16배
에이치쓰리코리아 무촉매 수전해 시스템은 신소재로 만든 36개의 셀을 일정한 간격으로 붙인 가로 20㎝·세로 100㎝·두께 22㎝의 스택으로 구성된다. 신소재가 셀과 셀 사이에 촉매와 분리막을 대체한 것이 핵심기술이다. 이 소재는 촉매 없이 전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수소와 산소 분리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봉식 연구원은 “촉매를 입힌 스택은 시간이 지나면 촉매가 떨어져 성능을 잃게 되는데 신소재로 만든 스택은 촉매와 분리막이 없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연료전지발전소, 선박, 철도,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충남 태안 인공지능센터에 시험 설비를 구축하고 태안에 조성하는 500㎿급 풍력발전단지와 연계한 2세대 수전해 시험 가동을 준비 중이다. 2세대 수전해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1세대 수전해는 화력발전 등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기를 사용한다. 박 연구원은 “국내외 기업과 연구기관은 물론 학계에서도 전해질과 촉매 없이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무촉매 수전해 기술을 넘어 2세대 수전해 기술을 확보해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입국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전해 기술은 걸음마 단계
국내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그린수소 생산 계획은 미미한 수준이다. 제주도는 지난 2월 22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까지 계획한 생산량은 연 73t 규모다. 앞서 강원도와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그린수소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300억원을 투입해 연 290t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공급되는 수소는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부생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한 개질수소를 활용한다. 모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세계가 이산화탄소 없는 그린수소를 선점하기 위해 수전해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수전해 연구개발(R&D)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5년(2016~2020년)간 진행한 R&D의 52%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발전소 등 수소활용 분야에 쏠려 있다. 수소 생산과 인프라 부문 R&D 투자비중은 각각 22.9%와 12.9%에 불과하다. 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우리나라 수소산업 투자가 발전소, 차량, 충전소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연구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며 “에너지 자립을 위한 수소생산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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