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상' 대박 꿈에 돈 몰리는데…공모가의 불편한 진실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입력 2021-05-23 05:00   수정 2021-05-23 11:22


'일물일가'라는 법칙이 있다. 동일한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든 그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가치를 평가할 때마다 저평가와 고평가 논란이 꼬리를 문다. 대표적으로 공모주 시장이 그렇다.

예비 상장사로선 공모가 밴드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높게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 적은 발행 수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조달받길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선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한다. 높은 밸류에이션은 결국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모주 시장은 작년에 덩치를 대거 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리면서다. 대어급 공모주까지 가세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 시장에선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상한가)과 '따상상'(공모가 2배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최근 잘 나가던 공모주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약 81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첫날 따상에 실패하면서 '공모주 거품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에이치피오도 공모가 보다 낮은 시초가를 형성한데 이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등 공모주들이 주춤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 에스디바이오센서, 주당 평가가액 11만2000원?
사실 공모주 적정가격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은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모가는 어떻게 산정할까. 중복 공모 청약이 금지되기 전 마지막 조 단위 대어로 꼽히는 에스디(SD)바이오센서 공모주를 통해서 공모가 산정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2010년 설립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면역화학 진단, 분자진단, 현장진단 등 선별검사부터 확진 검사까지 가능한 체외진단 분야 전문 기업이다. 특히 코로나19 진단 제품을 10가지 이상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긴급사용목록(WHO EUL)에 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등재하기도 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은 총 1555만2900주다. 공모가 희망 밴드는 6만6000∼8만50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1조265억∼1조3220억원이다.


상장하기 앞서 공모가는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없다. 상장하려는 회사는 증권사(상장 주관사)와 협의해 기업가치를 분석한 후 적정 공모가를 산정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방식은 '절대가치 평가법'과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나뉜다. 통상 상장할 때는 상대가치 평가법을 주로 사용한다.

상대가치 평가법을 활용하기 위해선 주가수익비율(PER)이 필요하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모가 산정을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로 산출한 밸류에이션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당 평가가액은 11만2067원이다.

이는 비교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씨젠을 비롯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퍼킨엘머(PERKINELMER)의 PER 평균인 19.09배를 에스디바이오센서에 적용한 것이다. 이들 유사기업들의 PER을 산출할 때 작년 실적을 적용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 진단키트 판매가 가파르게 늘어났던 시점이다.

지난해 에스디바이오센서 당기순이익은 6156억원을 기준으로 19.09배를 적용해 산출한 시가총액은 11조7549억원. 이 경우에 주당 평가가액이 11만2067원이다. 여기에 평가액 대비 할인율(24.2%~41.1%)을 적용하면 현재 공모가 희망 밴드인 6만6000~8만5000원이 산출된다.
불편한 진실 외면?…기업가치 평가액 11조원→600억원
일각에선 작년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에스디바이오센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상장심사요건이 상장 직전연도 실적을 가장 많이 중시하게 돼 있기 때문에 향후 실적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6861억원, 영업이익은 738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3배, 486배 늘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6216억원으로 기존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5031억원)도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지속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 코로나19 종식이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분석이라는 것이다. 추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사기업 평균 PER은 그대로 유지한 채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작년 실적이 아닌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가치 평가액을 재산출 할 경우 에스디바이오센서 기업가치 평가액은 11조원에서 600억원대로 쪼그라든다. 사실상 기업 본질 가치를 반영하는 것보단 시장 상황이 좋으면 높은 가격을, 침체기에는 낮은 가격을 내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1분기에만 매출 1조1800억원을 기록, 작년 전체 매출 1조6861억원의 약 70%을 석달 만에 달성했다. 게다가 자사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약국과 편의점 등에 판매되면서 향후 실적도 긍정적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공모주들의 기업가치 평가 수준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모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기업들의 가치평가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상장 직후 수익률은 주춤해지는 양상"이라며 "강한 유동성이 뒷받침될 때 항상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에, 공모주 투자에 조금 더 신중해질 시점"이라고 밝혔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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