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푸틴TV 차단한 유튜브, 러시아서 퇴출 위기

입력 2021-05-24 17:04   수정 2021-05-25 00:57

유튜브가 러시아의 보수 성향 언론인 차르그라드TV와의 소송에서 패하면서 러시아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 소셜미디어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법원은 차르그라드TV 채널을 차단한 유튜브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7월 유튜브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차르그라드TV의 유튜브 채널을 차단한 지 9개월 만이다.

러시아법을 따르라
차르그라드TV는 ‘러시아판 폭스뉴스’로 불릴 정도로 보수 색채가 강한 언론으로 꼽힌다. 폭스뉴스 출신인 잭 해닉 PD를 영입해 2015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차르그라드TV는 러시아정교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한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하는 방송으로도 유명하다.

차르그라드TV 소유주는 신흥 갑부 ‘올리가르히’이자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콘스탄틴 말로페프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2014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유튜브가 지난해 차르그라드TV 채널을 차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스크바법원은 “유튜브가 차르그라드TV 채널을 차단해 나를 부당하게 차별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말로페프의 손을 들어줬다. 차르그라드TV의 유튜브 채널을 즉각 복원하라고도 명령했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은 지난 19일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개정된 헌법에 ‘관할권이 충돌하면 러시아법이 국제법에 우선한다’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2심에서도 패하면 유튜브는 차르그라드TV에 배상금 1조2800억달러(약 1440조원)를 물어줘야 한다. 유튜브 모회사인 알파벳 시가총액(1조5500억달러)의 8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심에서도 패소하면 유튜브가 사실상 러시아 시장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닮아가는 러시아
이번 판결이 ‘인터넷 주권’ 강화에 나선 러시아 정부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외국 기업이 러시아 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부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기업은 구글과 유튜브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유튜브에서 러시아 국영TV 채널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채널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반독점규제당국은 ‘유튜브의 정책이 불투명하고 주관적이며 예측 가능하지도 않다’며 구글을 조사하고 있다.

구글과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미디어·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지난 3월 트위터의 트래픽 속도를 낮추는 제재 조치를 했다. 트위터가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게시물 3168개를 지우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로스콤나드조르는 트위터에 대한 속도 제한 제재를 완화했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도 비슷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은 ‘러시아판 유튜브’인 러튜브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틱톡과 비슷한 야몰로데츠도 출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앱을 스마트폰에 기본 적용해 출시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러시아 반체제 언론인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러시아는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공격할 수 있는 기술적, 법적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인터넷 정책에서 서구 서비스를 배척하는 중국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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