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청년들이 꿈 펼치는 도시로…부산 100년 번영의 초석 놓겠다"

입력 2021-05-25 15:47   수정 2021-05-25 15:49


지난 4월 17일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사진)은 “어깨가 무겁지만, 일할 맛 난다”고 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갈수록 추락하는 부산의 모습을 되돌려놓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산은 국내 제2의 도시이고, 산과 바다, 강을 품은 멋진 도시인데도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왔다고 했다. 1972년 정부가 대도시 내에서 공장의 신설, 증설, 이전 및 업종 변경에 따른 부동산 취득세와 등록세를 5배 중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성장억제도시로 묶어 둔 것도 부산 추락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더 이상 과거를 탓하지 말자고 했다. 바닥을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여야를 떠나 모든 혁신 주체들과 힘을 합쳐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박 시장은 최우선으로 산학협력으로 젊은이들의 이탈을 막고, 부산에서 머물고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기반을 구축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시정과 부산 산업에 도입하는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도심형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어반루프’를 새로 도입해 육·해·공의 트라이포트 중심지인 부산을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 글로벌 물류·금융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2일 부산시청에서 ‘부산 100년 번영의 초석을 놓겠다’는 박 시장을 만나 앞으로의 구체적인 시정 구상을 들어봤다.
▷시장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부산을 ‘노인과 바다’라고 합니다. 청년들의 이탈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부산은 인구 340만 명 중 청년 인구가 20% 정도인데, 해마다 1만 명이 넘는 청년이 떠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대로된 산학협력 도시로 만들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인프라를 구축해 이들을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부산에는 전문대와 종합대 등 대학이 23개나 됩니다. 시장이 되자 바로 대학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을 더한 신산업 분야의 산학협력체계 구축에 들어갔습니다. 전문대학의 특성화, 수도권 정보통신(IT)기업 유치,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을 실천 중입니다. 상공인들과 힘을 합쳐 민관이 운영하는 산학협력센터를 연내 설립하겠습니다.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는 도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을 유치하는 것도 청년일자리 확보 때문인지요.
“다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요즈마그룹을 부산 국제금융단지에 유치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있고 자금동원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요즈마그룹과 함께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끌어오겠다는 차원만이 아닙니다. 요즈마를 포함해 여기에 참여하는 부산시나 기업들, 국내 창업투자회사들이 힘을 합쳐 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부산의 성장동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계획입니다.”
▷시정 목표를 ‘가장 먼저 미래로, 그린스마트 도시 부산’으로 정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부산을 살기 좋은 도시, 삶의 질에서의 선진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해 그린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반 위에 경제의 혁신 역량을 키워 청년들이 부산에서 취업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린스마트시티도 삶의 질 향상과 하나의 중심고리로 연결돼 새로운 경제혁신, 새로운 비전작업을 통해 이뤄내야 할 과제입니다.”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시정운영 방침을 새로 세웠습니다.
“하태경 미래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 김선조 부산시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해 미래혁신위 활동을 펼쳤습니다. 시정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어느 정도 그려주었습니다. 미래혁신위는 후보시절의 공약도 재점검하고, 인공지능(AI)·청년·국제화 분야 등의 40여 개 미래혁신 과제를 종합했습니다. 미래혁신위 제안을 바탕으로 6개 도시목표도 설정했습니다. 내게 힘이 되는 행복도시, 초광역 경제도시, 산학협력 혁신도시, AI기반 스마트도시, 저탄소 그린 도시, 문화관광 매력도시가 그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시민의 참여를 늘려가고, 갈등사항 등은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시민의 투표로 정책을 결정할 생각입니다.”
▷취임 이후 줄곧 정치인과 경제인을 찾아 여야 협치를 위한 광폭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선거를 하다보면 서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부산발전을 위해서는 그렇게 싸울 일이 많지 않습니다. 선거 때는 공약을 중심으로, 정치적으로 치열하게 공방을 하더라도 지역발전 의제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산 여야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고, 상공인들과 만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부산만들기에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습니다. 여당에서도 제시한 ‘동북아 제2의 싱가포르 부산’과 같은 정책은 핵심비전으로 설정해 추진하겠습니다. 메가시티 구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남권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여당 소속인 경남지사, 울산시장을 만나 의논을 했습니다. 동남권을 메가시티로 묶어 발전시키자는 점에서는 의견이 다를 수 없습니다. 오는 7월 동남권 합동추진단을 출범시켜 새로운 지역발전의 선도적 사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세금부과에 불만이 많습니다. 부산시 입장은 어떤지요.
“부동산정책은 민감하고 한번 단추를 잘못 끼우면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시지가 문제가 해결해야 할 급선무입니다. 한꺼번에 2배까지 오른 곳도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세금이라는 것이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점진적 상승이 이뤄져야 하는데 급격한 상승이 진행돼 시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부동산정책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의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조례개정 등 시행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정절차 기한 준수부터 당장 철저하게 실시해 환경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창업공간도 부여하고 숙식과 일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 제공할 생각입니다. 적절한 장소를 물색해 청년들이 부산에 머물 수 있도록 싼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겠습니다. 재건축이 어려운 10만 가구의 노후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내년까지 공적 임대주택 5만1000가구도 공급할 계획입니다.”
▷역점을 두어 제시한 어반루프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부산 먼저 미래로가 선거 슬로건입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10년 뒤 2030 부산등록엑스포 개최와 가덕도 신공항 개항에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못 만듭니다. 모든 미래 기술은 선취하려는 자의 몫입니다. 도전정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10년 뒤, 20년 뒤에는 어반루프시대가 분명히 열릴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고속철도를 조금 늦게 개발하는 바람에 세계 4위의 기술국인데도 고속철도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과거 경험을 되새겨봐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초고속 첨단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한국철도연구원 등 정부연구기관도 벌써 개발연구 중입니다. 경남도 등 지자체들도 실행을 위해 검토 작업 중입니다. 그동안 외국의 어반루프 사업자와 기술부문 등을 협의해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캠프 내 교수진이 이 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기술적 경제적 사전타당성 검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상 중입니다. 어반루프는 미래와 혁신, 그린, 스마트의 가치를 집약한 교통수단인 만큼 4차 산업혁명시대와 기후변화 시대를 미리 대처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도전장을 내놓았는데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희 미술관 부산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 이건희 회장께서 미술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사회에 남기셨습니다. 이 회장 유족들은 해운대 장산 임야 3만8000㎡를 해운대구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고, 대한민국의 문화의 격을 높인 고인과 유족의 안목과 숭고한 뜻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도권에는 삼성 리움미술관도 있고, 호암미술관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문화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합니다. 부산은 올 들어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와 아트부산 2021 행사를 열어 미술 중심도시로 안착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돼 있고 북항 등 새로운 문화 중심지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고 싶습니다.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는다면 유족의 의견을 중시해 장소성과 건축, 전시 등에서 빼어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겠습니다.”
▷2030등록엑스포 예정부지로 정해진 북항 개발은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는지요.
“북항재개발사업은 노후화된 북항을 해양친수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해양수도, 관광중심지로 만드는 주춧돌입니다. 무엇보다 상업적 개발을 최소화하고 부산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북항 트램과 부산항기념관, 공중보행교, 해양스포츠콤플렉스 등이 들어서면 북항은 쇠락한 컨테이너항만에서 벗어나 새로운 명품관광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2030년 부산국제엑스포가 치러지면 미래먹거리인 관광과 마이스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글로벌 도시로 성큼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북항과 연결된 부산역도 부산진역으로 이전해 부산역 인근을 북항과 함께 도심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방향도 검토할 생각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지난 3월 여야의 대승적 합의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건설사업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신공항의 수요와 규모 등을 검토하는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업체를 선정해 내년 3월까지 용역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은 남부권 물류허브공항으로서 부울경의 메가시티 출현을 앞당기고 수도권과 남부권의 병행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가덕도신공항의 안전과 비용 문제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도 있습니다. 발전된 항공기술과 건설기술로서 건설과 운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건설하는 데도 지장이 없습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전까지 공항이 개항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최하위권에 머물던 단체장 평가에서 박 시장 체제가 되면서 상위권에 진입했는데.
“리얼미터가 4월23~30일 실시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에서 4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부산시민들에게 어느 정도 진심이 전달됐다는 점에서는 기뻤지만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부산은 갈길이 너무나 멀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모든 주체들이 한마음으로 같이 가지 않으면 추락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를 믿고 함께 희망찬 부산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시지요.”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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