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민지원금 참사…"피해 극심" 호소에도 역대급 소득 [강진규의 농식품+]

입력 2021-05-29 13:13   수정 2021-05-29 14:48

정부가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며 도입된 농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의 소득이 지난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단체와 관련 국회의원들이 농민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지만 현실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같은 촌극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지원금 구성 과정에서 직접 피해를 입은 농가 외에도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하는 보편적 성격의 지원금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농민 지원금 지급 막전막후
농민 지원금은 두 종류다. 피해 농가에 지급되는 100만원의 바우처와 경지 면적이 작으면 무조건 지급하는 30만원의 바우처 등이다. 바우처는 대체로 농가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현금 지원으로 여겨진다.

올해 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이같은 지원금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나오며 급조됐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위원회 의원들은 추경 예산안이 발표되자 들고 일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농민들의 피해가 큰 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농민 재난지원금을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원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화훼농가, 학교 급식 납품 친환경 농가 등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곳들로 꼽혔다. 이같은 내용은 한경의 단독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곳들에 대한 선별 지원은 이해할만했다. 화훼농가는 졸업식 취소로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았고, 학교 운영이 중단되면서 학교 급식 납품 농가는 판로가 아예 막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국 이들 농가 2만5000여곳에 100만원의 영농 바우처를 주기로 했다.

그런데 슬그머니 보편적 성격의 지원금이 더해졌다. 경지면적이 0.5ha 미만인 소규모 농가도 피해를 입었다며 이들에게도 30만원씩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지원 대상은 43만명으로 추산됐다.피해를 입었다고 볼만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피해 농가에게 100만원을 주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74억원이었다. 하지만 지급의 근거가 불분명한 소규모 농가 지원금을 주기 위한 예산은 1380억원에 달했다.
농가소득 역대 최대…소규모도 늘어
하지만 두달 후 공개된 지난해 농어가의 소득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은 4502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4118만원에서 9.3%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30만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경지면적 0.5ha 미만의 농가는 어땠을까? 이들도 예외 없이 소득이 늘었다. 0.5ha 미만 농가의 소득은 3505만원에서 3637만원으로 3.8% 증가했다.

농업소득은 213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농업경영이 예년보다 잘 된 것을 의미한다. 농외소득은 1883만3000원으로 6.5% 감소했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는 농외소득을 많이 버는 사람은 제외하기 때문에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이전소득은 1311만8000원으로 26.0% 증가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작년부터 도입된 공익 직불제 중 소농 직불금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물론 경지면적 0.5ha 미만의 모든 농가가 소규모 농가 지원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소규모 농가 중에서도 작년 소농 직불금을 받은 농가들만 지원 대상으로 잡았다.

농가뿐 아니라 어가도 소득이 평균적으로는 증가했다. 어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어가 소득은 5318만원으로 지난 2019년 4841만원에서 9.9% 증가했다. 소규모 어가도 소득 증빙에 관계없이 3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로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계층에게까지 현금성 지원을 하는 '포퓰리즘'을 꼽는다. 피해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재정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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