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제2 정인이' 예방"

입력 2021-05-27 18:43   수정 2021-05-28 00:27

“입양은 부모에게 아이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아이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이죠. 그만큼 더욱 섬세한 법안과 정책 연구가 필요합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사진)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입양 실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2019년 출범한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복지 서비스 및 정책 연구를 담당하던 8개 민·관 기관이 통합한 공공기관이다. 윤 원장은 작년 1월 취임했다.

5월은 아동권리보장원이 가장 바쁜 달이다. 아동과 관련한 기념일이 5월에만 어린이날(5일), 입양의 날(11일), 가정위탁의 날(22일), 실종아동의 날(25일)로 4개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으로 국내 입양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도 재조명되고 있다.

윤 원장은 “입양 정책은 부모와 아동을 모두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정부는 ‘입양특례법’을 통해 친부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할 수 있도록 했다. 입양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개정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빠른 입양’만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입양을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정책을 더욱 세심하게 만들 수 있다”며 “양부모를 위한 절차 개선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권리 보장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2015~2019년 160명에 달한다. 윤 원장은 이 같은 아동학대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가정 내 ‘체벌’부터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체벌이 당연시될수록 아이에 대한 학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체벌당한 아이들은 ‘잘못해서 맞는다’는 생각보다 ‘맞아야 부모의 화가 풀린다’고 생각하므로 체벌의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며 “지난 1월 민법에서 징계권이 삭제됐지만 여전히 이를 모르는 부모가 대다수”라고 했다.

윤 원장은 30년 넘게 아동복지를 다뤄온 전문가다. 그런 그 역시 아이를 키울 때는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매일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그럴수록 육아에서 아이들의 자율성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는 미국에서 첫 아이를 키웠어요. 하루는 아이가 녹색 양말과 빨간 양말을 짝짝이로 신겠다고 고집을 피웠어요. 억지로 양말을 짝을 맞춰 신기고 유치원으로 보냈더니, 나중에 교사가 아이가 하루종일 풀이 죽어 있다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더군요. 생각해 보니 양말의 짝을 신경 쓰는 건 나밖에 없었죠.”

아동권리보장원은 내년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아동권리 역사를 집대성해 문서화할 계획이다. 윤 원장은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어른들의 역할”이라며 “아동권리를 신장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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