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국회서 벌어지는 부처 '밥그릇 싸움'

입력 2021-06-01 17:40   수정 2021-06-04 17:34

국회에서 산업 규제 권한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심해지고 있다. 부처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채 개별 의원발(發)로 각 부처의 의사를 반영한 법안이 쏟아지면서 중복 규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권 말 청와대가 부처 간 업무 조정 능력을 상실해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개 부처 몰려든 ‘신산업 규제’
1일 국회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진흥 명분으로 3개 부처가 법률을 제·개정하겠다고 나서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 사업자를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제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체부 소관인 영상산업 범위를 확장해 OTT까지 포함하는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내용이 담긴 온라인플랫폼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9월 입법을 예고했지만 방통위는 여당 의원을 통해 비슷한 법안을 지난해 12월 별도로 냈다. 지난 2월엔 중소벤처기업부 안까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플랫폼 관리 업무에 대해 3개 부처가 달려든 것”이라고 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역사랑상품권 관리·감독 주체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정면 충돌했다. 중기부가 추진하는 비대면벤처법 제정안은 비대면 벤처에 콘텐츠 기업이 포함될 것이라는 이유로 문체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청부 입법 남발되는 까닭
규제 권한이 포함된 입법은 각 부처의 조직과 예산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부처들의 로비전이 치열하다. 온라인플랫폼법은 공정위 안이 국무회의에서 정부 안으로 채택되자 방통위가 의원(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방위 소속)을 통해 우회 발의했다. 중기부 안은 당정 차원에서 공정위 안 보완 성격으로 논의한 법안인데 역시 여당 의원발(이수진 의원·산업위 소속)로 국회에 올랐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중 지급결제 권한을 두고 영역 다툼 중이다. 금융위는 정무위 소속이었던 윤관석 의원을 통해 유리한 법안을 발의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이 발의한 한은법은 한은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부처 역할을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에게 온갖 채널로 읍소가 이어지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다른 의원을 설득해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청부 입법’을 부탁하는 사례도 많다.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채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다 보니 상임위 논의도 공회전하기 일쑤다.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이익을 고려해 법안을 무작정 통과시키면 ‘상원 격’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조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야당 법사위 관계자는 “상반된 법안이 각 상임위에서 올라와 법사위에서 법안을 조율하려고 하면 ‘월권’이라고 상임위원들이 욕해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부처 관할권 다툼에 의원 입법 남발”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과 청와대가 부처 간 조정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관할권 다툼 끝에 각각 의원 입법으로 갔다는 건 국무조정실과 청와대가 조정에 실패했다는 뜻”이라며 “각 부처가 청부 입법을 하는 건 청와대에서 볼 때는 아주 발칙한 일일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상황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회 입법을 언급하며 “이견 조정 없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경우 입법 절차가 지연되는 건 물론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도를 해친다”며 “여러 규제가 입법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각 부처에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법제처를 향해서도 문 대통령은 “부처 간 협의와 이견 조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복 규제 등 부작용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부처 간 조율이 제대로 안 되다 보면 ‘산업 진흥’이 아니라 개별 부처들의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 부처는 예산과 조직을 확대하기 위한 ‘이익집단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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