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극도의 위기에서 기업의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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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02 15:32   수정 2021-06-02 15:34

[기고] 극도의 위기에서 기업의 살아남기

인류의 삶은 위기의 연속이다. 질병, 전쟁, 경제위기 등은 늘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하지만 2020년을 지나면서 지구촌을 강타한 팬데믹은 현 세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큰 충격을 던지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리스크를 국가와 개인들이 동시에 피부로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질병, 전쟁, 경제위기가 한꺼번에 온 것 같다. 이 홍역 같은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역사책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할 회사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로 여행업이 타격을 받자, 항공산업이 위기에 내몰렸다. 사실 항공산업은 항상 위기와 함께 했다. 1,2차 세계대전은 인류의 위기였지만, 그 시기 유럽과 미국은 군사적 목적으로 항공산업을 육성했고 전쟁 기간 동안 전투기 등을 생산하며 항공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된다. 군용 폭격기를 만들던 항공기 제조업체에게 전쟁의 종식은 또 다른 위기였다. 하지만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민항기와 화물기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하여, 글로벌 확장 전략과 기계, 전자, 소재, IT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이익이 남는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항공산업의 위기가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국내의 모든 항공사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으며, 냉정한 칼바람을 버티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항공업계는 우리나라보다 역사가 길기 때문에 지금 뿐만이 아니라 예전에도 항공산업이 치열한 경쟁 상태에 놓여 있었다. 1978년 미국 의회가 항공 비즈니스의 자유경쟁을 선포하는 의미로 기존의 규제들을 철폐하자, 규제 속에서 승승장구하던 팬암(Pan Am)은 생존을 위한 변화에 뒤처지면서 제임스 본드가 즐겨 타는 항공사라는 브랜드 명성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았다. 반면에 MBA출신의 CEO 로버트 로이드 크랜들이 이끄는 아메리칸 항공은 두가지 혁신에 성공하여 살아남았다. 노조와의 극적인 타협으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의 임금을 낮추고, 여행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예약시스템을 보급해서 모든 고객들의 다음 여행 경로와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도에서부터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나타나기 까지는 무려 30년이 걸렸다. 물론 경쟁사들이 따라하기도 힘든 창의적인 시도인 것이다. 현재 한국의 모든 여객기는 수입한 것이고, 심지어 예약 시스템도 해외의 것에 의존하고 있다. 항공에 관한한 한국은 이용자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게 다가온다.

독점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으로 들리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건 없다. 독점의 품목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선택과 가격 협상의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이라도 독점이 존재 한다면 이는 사실상 표준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시장을 선도하고 어려움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연구에 기반한 특허가 수두룩하고, 그러한 특허들 중에서 발굴되어 상품화되는 것들은 독점과 표준화의 단계를 거친다. 지금도 각종 첨단 무기들은 거의 독점에 가깝다. 사실 IT의 기술과 부품들을 본다면 거기도 안드로이드나 인텔칩처럼 안보이는 독점과 표준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동양의 국가들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IT는 소니와 파나소닉이 주도하였으나 자국내에서의 성공에 취해 글로벌화에 실패하였다. 일본의 컴퓨터 제조기술은 IBM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경쟁할 정도였지만 표준화도 실패하고 결국은 일본내에서만 사용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경우다. 이러한 현상을 ‘갈라파고스현상’이라고 부른다. 세계화에 실패해서 결국 고립되고 폐쇄되어가는 것이다. 한국도 SW 강국으로 불리우고는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 독창성과 표준화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우는 어떤가? 최초로 종이와 화약을 발명하고, 서양보다 5백년이나 앞서 천문대를 운영했던 중국은 방대한 지식이 종이위의 지식으로 머무르고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관계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현재 아마존의 클라우드 매출은 2위부터 10위까지의 매출을 합쳐도 따라올 수 없는 부동의 선두이다. 1981년 IBM이 그랬다. 나머지 2위부터 8위까지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아서 IBM과 일곱 난장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말도 있었다. 이후에 삼성전자가 IBM을 추월한 뉴스는 거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지만, IBM은 그보다 더 뼈아픈 뉴스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개인용 컴퓨터에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32명 직원이 전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서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만들었다가 사장시킨 것이다. 결국 IBM의 개인용 컴퓨터 사업은 중국업체인 레노버에 매각되었고, IBM의 개인용 운영체계는 사라졌으며, 무시당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IBM보다도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글로벌 회사가 되었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IBM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지금은 구글이라는 엄청난 경쟁자가 있으니 앞으로의 10년은 새로운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사피 바칼은 저서 룬샷(Loon Shots, 2020)에서 기업들의 실패 중에서 함정에 빠진 가짜실패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기업의 단기적 목적에 부합하지 못해서 사장되는 실패도 그러하다는 생각이다. IBM의 개인용 운영체계는 현재의 클라우드상에서 가치를 십분 발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만 더 버티면서 기회를 찾는 노력을 했었더라면 하드웨어의 가격 하락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보다 월등한 성능과 안정성을 가진 프리미엄 운영체계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쟁, 경제위기와 팬데믹은 반복되는 것이고, 세계의 질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천재와 우연이 결합하면 세상을 바꾼다는 말도 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드러난 시기로 세기에 한번정도 나타나는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다. 어느 누구라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드러내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해볼만 하다.

< 김동철 베스핀글로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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