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처럼 말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투자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도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낮은 수익을 낸 곳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당시 KDB자산운용을 함께 인수해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의 올해 수익률은 -17.20%다. 대표 펀드인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가 부진한 탓이다. 친환경 관련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로 올해 2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을 만큼 연초부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 이하다.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인 미국 수소연료전지 업체 플러그파워 주가는 올 1월 말 73.18달러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30달러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두 번째로 편입 비중이 높은 미국 태양광 업체 인페이즈에너지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20% 가까이 빠졌다. 알파자산운용(-16.91%)은 알파글로벌신재생에너지가 부진하면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바이든 효과’를 기대했던 친환경 관련주들이 금리 인상 등 우려 탓에 전반적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알파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각각 127.73%, 54.35%의 수익을 내며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에 있던 운용사들이 1년 새 180도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때 최고 수익률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며 “펀드 종류와 가입 시점을 정할 때 1등 펀드를 피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우리(-3.54%) 트러스톤(-1.58%) NH아문디(-0.73%) 등이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전체 운용사(47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8.75%다. 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곳은 총 8개 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설정액 기준 국내 상위 3개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DB자산운용이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5.12%)을 기록했다. 작년 수익률 기준 중위권(24위)에 포진해 있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올해 25.94%의 수익을 올리며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잇고 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15.54%) 베어링자산운용(15.18%) 등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