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로 3시간 고문해 조카 사망…살인죄 피했다

입력 2026-04-21 16:27  


조카를 숨지게 한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뒤집고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심모(81·여)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의 무기징역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에 대해서도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0~25년형을 깨고 상해치사 방조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를 용인했을 때 인정된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피고인들이 중대한 위해나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이를 넘어 사망의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전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모두 녹화됐으나 이들은 이를 방치했다"며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 살인이나 조직적 은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가 의식을 잃는 상황에서도 주술 행위를 멈추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상해의 고의와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견은 있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 및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심씨는 조카인 피해자에게 무모한 주술 의식을 장시간 진행해 생명을 침해했다"면서도 "조카를 평소 진심으로 아낀 것으로 보이고 왜곡된 무속적 사고방식 아래 치료 목적으로 주술을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며 심씨를 맹종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정신 치료라는 믿음으로 의식에 참여하게 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심씨 등은 2024년 9월 18일 오후 인천 한 음식점에서 30대 여성 A씨에게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씨는 조카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자녀와 신도들을 동원해 철제 구조물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들은 구조물 위에 A씨를 엎드리게 한 뒤 결박했고 아래 대야에 불붙은 숯을 계속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심씨는 굿이나 공양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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