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 오름세 가파른데 돈 풀 궁리만 해서야

입력 2021-06-02 17:22   수정 2021-06-03 07:46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6%를 시작으로 2월 1.1%, 3월 1.5%, 4월 2.3%, 5월 2.6% 등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5월은 9년1개월 만에 최고다. 특히 4, 5월은 정부의 연간 목표치 2%를 웃돌았고 6월에도 2%를 넘을 것이 확실시돼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은 지난해 5월 마이너스였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상승률이 기저효과로 급등하면서 지난달 물가 상승분 70%가량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지 기저효과가 누그러진다고 물가 상승세가 꺾일지는 의문이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지난해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3년 만에 최고였고, 독일 역시 2.5%(5월) 급등한 것은 모두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보복 소비’까지 확산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는 요즘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나 금리 인상 논의가 나오는 것도 자산 거품과 인플레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긴축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인플레 심리를 차단하고 긴축에 대비하려는 ‘예방주사’ 전략인 셈이다.

반면 정부·여당의 인플레 대처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적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라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제 관세인하, 원자재 방출, 금융지원 등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물가가 잡히길 기대하긴 어렵다.

여당은 대통령 발언에 화답이라도 하듯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자영업 손실 보상, 백신 유급휴가비 등 최대 30조원 규모의 현금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특히 일괄 재난지원금은 9개월여 남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노골적 돈 살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빚을 내 추경을 편성할 경우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도 문제지만, 당장 급한 건 시중에 풀릴 돈이 유발할 인플레 압력이다. 인플레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영끌 빚투’로 1700조원대까지 급증한 가계신용은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 경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세계가 인플레 고민에 빠졌는데 정치에 매몰돼 물가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