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안보는 진보·보수, 세대 넘어선 생존의 문제"

입력 2021-06-04 06:00   수정 2021-06-04 06:49

“안보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법정기념일 하루 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생각하고 추모하는 게 지금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충일(6일)과 6·25전쟁일(25일)이 포함된 6월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쓴 이들의 공훈에 보답하자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예비역(제대군인)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79·ROTC2기)은 3일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주류 세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보는 진보·보수 혹은 세대의 문제 아냐"
재향군인회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5월 임시수도 부산에서 준 군사조직으로 창설됐다. 국방부 업무보조와 유사시 병력동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초대 회장은 국방부 현역 장성이 맡기도 했다.

법정회원수 1300만명, 총회원수 142만여명을 둔 향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안보단체다. 그러나 극우단체란 부정적 인식이 함께 따라 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7년 8월 36대 회장에 선출된 김 회장은 지난친 이념과 정치 편향적 활동을 지양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누적된 수 천억원대 부채 감축, 군 사기 진작 및 안보 교육 강화, 재향군인들의 복지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춰오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6·25전쟁에 참여했던 해외 전역군인들에게 성금 1만5000달러와 방역 마스크 5만장을 보내는 등 각국 예비역 인사들과의 민간 외교도 펼친다.

예비군·민방위·향군회원과 일반국민 등을 대상으로 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벌여온 향군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자, 지난 5월 처음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회원 절반이 50~60대인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파격적인 시도다.

6·25전쟁 71주년, 향군 설립 69주년을 맞아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을 3일 서울 서초구 향군회관에서 만났다.

▶재향군인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요.
"먼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내 최대 안보단체장으로서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높이 기리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안보전선의 제1보루인 현역 군방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활동하고, 또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정회원)들의 친목과 복지, 안보교육 등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신다면.
"안보 강연이나 위문 방문, 격려금 전달, 안보 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 등 다양하지요. 한·미동맹 강화 활동도 많이 합니다. 2017년 11월과 2019년 6월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 환영 행사와 2019년 7월 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의 밤 같은 행사를 열었죠. 같은 해 11월엔 역대 연합사령관 초청 행사를,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웠던 지난해에는 화상으로 한국전쟁 70주년 미 참정용사 보은행사를 화상으로 열었습니다."
6·25전쟁 우리마저 '잊혀진 전쟁'될까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된 지 오래입니다. 호국보훈의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6·25전쟁은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해 소련의 지원 아래 남침한 사건으로 3년간 이어졌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점차 줄다보니 우리 사회에서마저 '잊혀진 전쟁'이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UN군의 도움으로 우리는 현재 세계 10위 경제대국,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안보는 진보나 보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남북관계에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습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양국을 다 만족시킬 순 없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한·미 동맹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스탠스(입장)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국 정상이 굳건한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4·27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를 토대로 외교의 길을 열어놓은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최대 사거리 8000㎞ 제한) 종료는 안보면에서 역사적인 결실이라고 평가합니다.”
"한미동맹 안보의 기본 축"
▶재향군인회는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하시죠.
"네. 한국와 미국의 동맹이 우리 안보의 기본축이나 '생명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용사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감사의 연설을 한 것은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추모의 벽'은 조국의 부름을 받고 이름도 모르는 낯선 대한민국에서 싸우다 전사한 미군 전사자들과 한국 카투사들의 이름을 한 자리에 새겨넣는 기념물입니다.”

향군은 3년 전 추모의벽 건립을 위해 모금 활동에 적극 앞장섰다. 미국측에 6억 30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예비역들의 복지를 위해선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제대군인들의 총 본산인 향군 회장으로서 이들에 대한 투자와 복지가 열악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금대상이 아닌 10년 이상 20년 미만 중장기 군복무자들의 경우, 생애 지출은 최고점에 있는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역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향군은 작년 11월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 협약을 맺고 중장기 제대군인들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군과 안보 관련 단체 및 군 전역자들을 위한 복지를 지원하고 직업교육 등을 시행할 '예비역 복지타운 건립'도 추진 중입니다."

▶저출산으로 군 자원이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는 언젠가는 검토·시행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과 남북관계,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적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군의 과학화·첨단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상황을 판단·결정하고 운용하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첨단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장기근무자 보직제도도 발전시켜야 합니다."

▶최근 부실급식과 성범죄 등으로 군이 시끄럽습니다. 한 말씀 해주십시오.
“군인들은 유사시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특수집단으로서 열악한 환경에 대해선 군 당국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군 선배로서도 매우 안타깝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게 군 장병들을 대우하고 애정을 보내야 이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정예 강군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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