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성금 확 늘자…정부가 끼어들어 나눠준다고?

입력 2021-06-06 17:27   수정 2021-06-07 01:01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인 ‘의연금’ 관리를 놓고 정부와 관련 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의원 시절 만든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상정되면서부터다.

개정안에는 의연금을 나눠주고 관리할 때 정부가 개입·감독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담겼다. 국민성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의연금 모금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구호협회)는 “민간이 모금한 성금을 정부가 통제하려는 과잉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의연금 1년 전의 7.8배
6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모인 의연금 규모는 총 447억원으로, 2019년 57억원의 7.8배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등 폭우 피해가 극심했던 2011년 566억원이 모인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작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전국에 피해가 커지자 십시일반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진 영향이다.

더불어민주당(한정애 대표발의) 의원들은 이같이 모인 의연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해구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했다.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성금 배분을 결정하는 배분위원회 구성에 정부가 개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의연금은 민간단체인 구호협회가 구성하는 배분위원회를 통해 이재민에게 나눠주도록 돼 있다. 여기에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는 인사를 참여시키도록 한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배분위원회는 구호협회 이사회로만 구성돼 있어 다른 기관이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없다”며 “의연금 관리의 투명성을 위해 배분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호협회는 “행안부 장관 지명 인사가 배분위원회에 들어오면 민간에서 모은 성금을 정부가 입맛대로 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애초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인사를 배분위원회에서 배제한 것도 국민성금이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지역에 투입되지 않도록 막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개정안에서는 배분위원회 위원을 20명 이내로 구성하며 구호협회 지명 이사, 여타 모집기관 대표, 행안부 장관 지명 이사가 각각 절반을 넘지 않도록 했다. 행안부가 현재 허가한 모집 기관은 총 세 곳으로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행안부 장관이 배분위원회 위원 20명 중 최소 8명을 지명하는 구조다.

행안부가 구호협회를 통제하는 각종 수단을 개정안에 포함한 것도 협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구호협회는 사업결산 보고서를 행안부에 사후 보고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의연금 운용 계획과 예산안을 행안부에 사전 승인받도록 했다.
협회 임직원 징계 근거도 도입
개정안에는 행안부가 구호협회에 대해 임직원 징계 처분이나 사업 시정·정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도입한다. 구호협회는 “행안부가 민간 단체를 사실상 정부 산하 기관처럼 통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쓰고 남은 의연금을 일정 규모 이상 다음해로 넘기지 못하게 막은 조항도 논란이다. 개정안에는 의연금의 3분의 1 이상을 이월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성금을 쌓아두지 말고 소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어떤 자연재해가 어디에서 일어날지, 국민이 얼마나 성금을 내줄지 예측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월 여부를 제한하는 것은 구호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구호협회는 반발하고 있다.

법률 검토를 한 국회 행안위 수석전문위원도 “개정안 일부 내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성희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배분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려는 취지는 타당하다”면서도 “행안부 장관이 전문가를 지명하도록 하는 것은 배분의 공정성 논란 등의 측면을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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