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바이오社 품은 셀트리온, 신약개발 '잰걸음'

입력 2021-06-07 17:17   수정 2021-06-08 01:30


셀트리온이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배달해주는 기술을 보유한 영국 바이오 벤처의 최대주주가 됐다.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에 적용해 약물의 효능을 높이는 동시에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과 첫 공동 투자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4700만달러(약 522억원)를 투자해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7일 발표했다. 투자금 절반은 회사에 직접 내고 나머지는 임상 단계마다 집행된다. 지분율은 익수다와의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15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1호’를 통해 이뤄졌다. 이 펀드엔 셀트리온과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증권 등이 참여했다. 2017년 펀드 결성 이후 처음 단행한 투자다.

익수다는 2012년 설립 이후 약물-항체 결합(ADC) 치료제를 개발해온 회사다. 미국 보스턴에 ADC 치료제 임상 개발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의 로버트 러츠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캐드사일라를 포함해 총 8개의 ADC 임상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익수다는 또 작년 국내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ADC 기술과 혈액암 파이프라인을 총 6억3000만달러(약 7000억원)에 도입하기도 했다.

ADC는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전달해주는 기술이다. 보통 바이오의약품은 약물 단백질과 항원(질병)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로 구성된다. 다만 이 둘을 연결하는 게 쉽지 않다. 약물이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암세포 등 특정 항원에서 둘의 연결이 끊어져야 한다. 엉뚱한 곳에서 약물이 방출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익수다의 ADC 기술은 질환 유발 단백질과 달라붙어 원하는 곳에서 끊어지도록 설계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ADC는 멀쩡한 세포까지 영향을 주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적은 투여량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 이은 신약 개발 본격화
ADC를 활용한 치료제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제약 전문 리서치 업체 코텔리스에 따르면 ADC 치료제 매출은 작년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에서 2025년엔 180억달러(약 2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ADC를 활용한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은 13개다.

셀트리온은 익수다의 ADC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군을 늘릴 예정이다. 익수다는 현재 혈액암(IKS03), 난소암·폐암(IKS012), 췌장암·중피종(IKS02), 대장암·위암(IKS04) 등 네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IKS03은 레고켐바이오에서 작년에 도입한 파이프라인이다. ADC 역시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 적용된다.

IKS012는 익수다와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이 혼합 사용된다. 나머지는 파이프라인과 ADC 기술 모두 익수다가 개발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이자 셀트리온의 첫 신약인 렉키로나에 이은 새 신약 개발에 익수다의 ADC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유방암, 위암)와 트룩시마(혈액암)에도 ADC 기술을 접목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치료 영역 확대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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