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상품인 줄"…사회초년생 울리는 종신보험

입력 2021-06-08 17:15   수정 2021-06-09 01:28

20대 초반 A씨는 얼마 전 보험 상품에 불쑥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비과세 혜택에 복리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저축성 상품”이라는 설계사의 말에 당연히 장기 관점의 재테크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 안내 자료에도 ‘저축+보험+연금’이라고 버젓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만기에 돌려받는 금액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고, 본인이 사망해야 보험금을 받는 보장성 상품이었다”며 “갓 스무 살을 넘겨 결혼·내집 마련 등을 위한 장기적 목돈 마련이 필요했던 건데 제대로 알았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종신보험 관련 민원의 40%가량이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은 사회 초년생의 목돈 마련 상품에 적합하지 않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민원 10명 중 4명이 1020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접수된 보험 불완전 판매 민원(4695건)을 분석한 결과 종신보험과 관련된 것이 3255건(69.3%)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종신보험 민원 중 10~20대 비중이 36.9%(1201건)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26.4%) 40대(16.0%) 50대(8.5%) 60대 이상(1.8%) 순이었다.

종신보험은 본인(피보험자) 사망 시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이다. 저축성 보험에 비해 위험 보험료(사망 보장용 보험금)와 사업비(모집인 수수료) 등을 많이 공제하기 때문에 재테크와 저축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년층 민원의 대부분은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소개받고 가입했다는 내용이었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저축에 적합하다고 설명하거나 자료에 저축용 상품인 것처럼 적시한 경우도 있었다.

직장 내 세미나, 워크숍 등에서 법인 직원들을 상대로 단체로 영업하는 ‘브리핑 영업’에 당한 사회초년생도 많았다. 이런 자리에서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가 은행 직원인 척 속이고 회사 직원들에게 종신보험을 적금처럼 브리핑해 영업한 사례도 접수됐다. 또 “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해피콜을 받을 때 모든 질문에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피콜 답변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상품 내용·회사 반드시 확인”
금감원은 이 같은 민원이 급증한 만큼 젊은 금융 소비자들이 종신보험 가입 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액을 그대로 보장받는 은행 예·적금과 달리 보험사는 사업비를 별도로 떼가고, 종신보험은 이 비중이 높아 저축 목적의 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상품설명서에 관한 판매자 말을 충분히 듣고 이해한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판매자가 판매자 명칭, 상품의 주요 내용, 상품을 만든 회사 등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시행한 금소법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 상품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지 않고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신보험 민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민원이 많은 보험사는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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