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빚내서 주식하세요"…'스탁론' 벌써 430억 돌파

입력 2021-06-10 08:29   수정 2021-06-10 08:31


카드업계가 저축은행의 먹거리였던 '스탁론(주식매입자금대출)' 시장까지 뛰어들었다. 최근 카드사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규제 압박이 심해지자 사업 다변화를 추진한 결과다. 일부 카드사가 스탁론 상품을 내놓은 지 5개월 만에 관련 대출 잔액은 430억원을 훌쩍 넘겼다. 국내 증시 호황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이어진 영향이다.

빚을 내 투자를 하는 시장에 새로운 산업군이 등장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찍은 시점에서 추가로 빚을 권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때문에 자기자본 외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씨카드·롯데카드 '스탁론' 진출…'사업 다변화' 측면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스탁론 시장 진출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스탁론은 제2금융권이 증권사와 연계해 투자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서비스다. 투자자가 가진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데, 대출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보다 넉넉해 수요가 큰 시장으로 꼽혀왔다.

선두주자는 비씨카드였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12월 증권사 4곳(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과 판매 제휴를 맺고 스탁론을 출시했다. 해당 증권사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게 계좌평가금액의 최대 300%까지 주식매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약정금리 연 4.49% 수준에 최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롯데카드도 올해 4월 연 2.89~6.49% 수준에 스탁론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입했다.

카드사가 그동안 저축은행과 캐피탈의 주 먹거리였던 스탁론에까지 발을 뻗은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규제 압박이 심해진 탓에 카드사들이 신사업에 대한 영업 확대에 나서는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카드사 입장에서는 주 수입원이던 가맹점 수수료는 물론 최고금리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기에, 본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업 다변화를 구상해야 하는 시점에 스탁론 시장은 수익성이 괜찮은 신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비씨카드와 롯데카드의 스탁론 잔액은 올해 4월 기준 4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카드사가 처음으로 스탁론 시장에 들어선 것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잔액 규모가 급증한 셈이다.

올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엄청난 호황을 맞으면서, 빚투 열풍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개인투자자들의 대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상품만 있으면 취급액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스탁론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시장이다. 연체율이 낮기 때문이다. 스탁론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다보니 주식 가치가 담보 비율 아래로 떨어지거나 연체가 발생되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카드사 추가 진입 전망에…빚투 시장 활성화 '경계' 지적도
사업의 수익성, 안정성 모두 양호하다 보니 스탁론에 대한 카드사의 진입이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은 물론 담보가 있기 때문에 카드론, 신용대출 같은 무담보 대출보다 확실히 대출 상환 리스크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카드사들이 스탁론에 진입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살피다 또 다른 카드사들이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빚을 내 투자를 하는 시장에 카드업계까지 나선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시점인 만큼, 자기자본 외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빚을 내는 게 쉬워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스탁론의 경우 보유 주식이 담보 비율에 미달될 경우 바로 반대매매가 체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쓸 새 없이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늘리기 편한 시장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은 약한 대출이란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스탁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채무를 이용한 주식 투자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라며 "저금리 환경하에 자산가치들이 비교적 높이 평가됐던 것이 사실이기에,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면 부채를 위한 투자 부분이 위험요소로 자리 잡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성 교수는 "향후 빚투를 원하는 이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시장이 더 커진다면, 그 위험성은 배로 커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카드사의 스탁론 규모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다. 상품 자체의 위험 요소를 배제할 순 없으나, 카드사들이 올해 말까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을 60%에 맞춰야 하는 만큼 시장이 급하게 커질 위험이 적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탁론은 별도의 소득 증빙을 거치지 않아 DSR이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많이 취급할수록 평균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구조"라며 "주식 투자를 위해 대출을 하는 상품인 만큼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보겠으나, 많은 카드사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확대할 수 있는 사업 규모가 정해져 있기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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