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을 許하다…청춘의 놀이터가 되다

입력 2021-06-10 17:04   수정 2021-06-11 10:30


국내 미술관의 관람객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았다. 젊은 층은 미술이 ‘어렵다’ ‘지겹다’는 편견과 심리적 장벽으로 미술관을 멀리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미술관을 즐겨 찾는 20~30대가 부쩍 늘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대림미술관이 있다. 서울 통의동에 있는 대림미술관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획,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결과 전체 관람객의 83%가 20~30대다.

한정희 대림문화재단 교육·관람객서비스실장은 “해외 미술관 관계자들도 젊은 관람객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며 “전시를 기획할 때부터 관람객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요즘 이슈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 반영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예술이 된다”

대림미술관은 DL그룹이 설립한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한다. 1996년 국내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으로 대전에서 문을 열었고, 2002년 서울로 이전해 대림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이준용 DL 명예회장 부인인 한우정 초대 이사장에 이어 이해욱 DL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림문화재단은 대림미술관 외에도 복합문화공간 디뮤지엄(서울숲), 신인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 구슬모아당구장(광화문)도 운영 중이다.

그 중심이 되는 대림미술관의 누적 관람객은 340만 명에 달한다. 2012년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와 철학을 정하면서 미술관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 일상에서 늘 접하는 소재가 곧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예술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샤넬 카를 라거펠트,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 가구 디자이너 핀 율 등의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열었다. 한 실장은 “‘사람들은 왜 미술관에 오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전시를 보며 예술이 일상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봐 왔던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열리고 있는 ‘기묘한 통의 만물상’ 전시에서도 일상의 소재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 주제는 ‘환경’으로, 국내 아티스트 23팀이 버려진 유리, 플라스틱, 철, 천 등과 친환경 소재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입던 패딩으로 제작한 소파,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할 때 버려지는 자재들로 만든 의자, 옥수수 전분으로 제작된 가구 등이다.

지난 7일에는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전시도 했다. 오프라인 전시와 동일하게 온라인 전시도 반응이 뜨거웠다. 한 시간 동안 2만5000여 명이 시청했다.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
대림미술관은 국내 미술관 최초로 관람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SNS가 활성화되기도 전인 2010년 영국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수집품 전시회에서 처음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한 실장은 “사람들이 미술관에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작품 만지기’ ‘사진 찍기’ 두 가지였다”며 “작품을 만지는 건 안 되지만 사진은 작가들의 양해만 구하면 얼마든지 가능해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SNS에서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올리며 입소문을 내는 마케팅 주체가 되고 있다.

대림문화재단은 직원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항공료, 문화시설 입장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미술관뿐 아니라 록페스티벌, 콘퍼런스, 독특한 문화 공간 등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함께 모여 그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한 실장은 “각자의 관점에서 보고 느낀 것이 다 다른데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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