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네이버같은 빅테크가 반도체 설계 뛰어들어야 승산"

입력 2021-06-10 17:42   수정 2021-06-11 00:44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단위에서 싸우고 있다.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다. 메모리 업체들은 뒷자리 수에 따라 10x(18㎚ 이상), 10y(15㎚ 이상) 등의 D램을 생산한다. 첨단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하려면 7㎚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이 필요하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2021’에서 “반도체는 원자의 영역에 접어들었다”며 “미세화·용량 경쟁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패키징 등 공정에서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노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더이상 승부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도체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은 웨이퍼에서 잘라낸 칩을 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공정이다. 각 칩에 전력이 원활히 공급되면서도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수 있도록 제조하는 데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칩이 작아지다 보니 배선 굵기와 패키지 크기도 미세해지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앞으로 10년 뒤에는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며 “이 분야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512억달러 규모인 패키징 시장이 2025년 649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진 회장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분야에서 현재와 같은 투자 규모로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에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던 회사들도 팹리스에 뛰어들면서 시장 자체는 커질 것”이라면서도 “네이버처럼 대규모 조직과 자본을 갖춘 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대해서는 “최근 30년간 나온 정부 정책 중 가장 잘 만들었다”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소재 부품 등 다양한 분야 지원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바뀐 뒤에는 정책이 이행되지 않을 리스크가 있다고 내다봤다. 진 회장은 “다음 대통령이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기에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근 대통령 미국 방문에서 이뤄진 미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계획을 두고는 “우리 대통령이 가슴 아파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 40조원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 기타 장비업체가 함께 따라간다”며 “사실상 40조원 이상의 투자가 유출되는 것이고, 일자리 4만여 개와 산업 기반을 미국에 뺏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반도체 투자유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진 회장은 “미국에서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하면 기업은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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