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그리드 시대' 앞당긴 소프트피브이

입력 2021-06-10 17:21   수정 2021-06-11 01:41


사물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초(超)연결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가능한 많은 기기와 기반 시설에서 24시간 무선통신을 구현하려면 소규모 발전으로 전력을 자급하는 ‘마이크로 그리드’가 마련돼야 한다. 경기 성남의 태양 전지 전문기업 소프트피브이는 실리콘 알갱이로 만든 구슬형 태양 전지 ‘소프트셀’로 이런 미래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면형보다 발전량 50% 많아
소프트셀은 지름 1㎜ 크기 구(球) 모양 실리콘으로 만든 3차원 구조의 태양 전지다. 시간, 계절 및 위치에 따라 태양광의 입사각이 달라져도 균일한 전력 생산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소프트셀 여러 개를 두 개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단위 면적당 전력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도 있다.

이 제품의 핵심 기술은 전극을 모두 실리콘 구슬 아래쪽에 부착한 것이다. 기존 평면 태양광 패널은 앞면과 뒷면에 각각 양극과 음극을 부착한다. 전극이 그늘을 만들면서 태양광 흡수를 막아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소프트셀은 3차원 구 대부분 면적에서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다. 실리콘 구와 회로기판이 접하는 면으로 전극 두 개를 모두 배치했기 때문이다. 평면 태양광 모듈에 비해 발전량이 50% 이상 많은 이유다.

소프트피브이는 구슬형 실리콘 태양 전지 관련 원천특허 2건을 포함해 국내외 특허 12건 등 지식재산권 18개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1’에서 지속가능성 및 친환경 디자인·스마트 에너지 제품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을 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량생산 가능성 검증 완료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 시도한 구슬형 태양 전지는 기상 변화에 대한 안정성 검증이 미흡했던 데다 제조 단가마저 높아 양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소프트피브이는 딱딱한 인쇄회로기판(PCB) 대신 투명하고 유연한 필름에 전자회로를 인쇄한 ‘소프트폼’을 사용해 제조 단가를 낮췄다. 소프트폼 위에 소프트셀과 연결 단자를 빠르게 납땜하는 표면 실장(SMD) 공정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소프트셀과 소프트폼을 결합해 제품화한 것이 ‘소프트굿즈’(사진)다. 마이크로 배터리, LED(발광다이오드), 센서, 블루투스 장치 등을 탑재해 자가발전과 실시간 사물인터넷(IoT)이 가능하다. 일반 조명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제품을 쓸 수 있다. 안현우 소프트피브이 대표는 “소프트굿즈에서 얻어진 다양한 데이터를 기업 서버로 전송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이 이를 학습하는 센서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완벽한 디지털 전환”
안 대표는 LG화학 근무 시절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반도체 집적회로(IC) 패키지용 원판을 최초로 국산화한 고분자공학 전문가다. 그는 LG전자 PCB 연구소장 출신인 이성규 소프트피브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소개한 1㎜ 크기의 실리콘 알갱이를 보고 구슬형 태양 전지에 적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 대표와 이 CTO는 약 10년에 걸쳐 제품을 구상하며 재료, 생산설비 등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 환경이 마련되길 기다렸다. 두 사람은 2018년 소프트피브이를 공동 설립하고 같은 해 첫 번째 샘플을 내놓았다.

최근 소프트피브이는 응용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낮에는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고, 해가 지면 미디어 파사드로 변신하는 지능형 창문 등 건물 일체형 스마트 태양광 모듈(BIPV)이 대표적이다. 건물마다 창문 위치별로 제각각인 전력 생산량을 모니터링하는 빅데이터 수집용 BIPV 제품도 개발 중이다.

내년에 열릴 ‘CES 2022’에선 인공 나뭇잎에 소프트셀을 결합해 단위 면적당 전력 생산량을 100배 이상 늘린 태양광 나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 대표는 “향후 2~3년 내로 국내외 투자 유치를 거쳐 대량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구슬형 실리콘 태양 전지의 궁극적 목표는 완전한 에너지 독립과 완벽한 디지털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성남=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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