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5] “한 큐에 끝낸다” 다중기작으로 알츠하이머병 공략 나선 아리바이오

입력 2021-06-17 09:47   수정 2021-08-03 13:23

<p> ≪이 기사는 06월 17일(09:47)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도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병입니다. 하지만 모른다고 손놓고 있기에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죠. 그래서 저희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경로(pathway)들을 한 번에 잡는 ‘다중기작’ 전략을 선택한 겁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 AR1001의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글로벌 알츠하이머 시장은 2015년 3조5000억 원대에서 2024년 14조 원 규모로 4배 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던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입각한 무수한 신약들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여전히 이 시장은 주인 없는 땅이다. 이 땅을 독식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단일 기전 약물 개발에 집중해 온 다국적 제약사들과는 달리 ‘다중기작’ 약물로 도전장을 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다중기작은 약물 하나로 발병 원인을 여러 가지 제어한다는 아이디어다. AR1001은 크게 세 가지 작용을 한다. 신경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시키는 것(CREB 경로 활성화/PDE5 억제), 시냅스 사이의 가소성을 회복시키는 것(wnt 경로 활성화 및 DKK1 억제), 오토파지를 활성화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작용을 하는 약물이지만 그 시작은 알츠하이머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다. AR1001은 2011년 아리바이오가 SK케미칼에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기술이전을 받아온 물질이다. 엠빅스를 뼈대로 최적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AR1001이 됐다. 정 대표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기술이전한 이유는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라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젊은 나이에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존재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혈류에 의해 뇌 밖으로 쓸려나간다.

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면 뇌혈관이 점차 느슨해지고, 혈류 속도도 느려진다. 그럼 뉴런 내부와 주위에 독성 단백질들이 쌓이게 된다. AR1001은 혈류량을 늘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이용해 뇌 혈류량을 늘리고, 축적돼 있던 단백질을 제거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후보물질이다.

이런 작용은 AR1001이 CREB 경로를 활성화하면서 일어난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뇌혈관이 느슨해지는 건 혈관주위세포(pericyte)가 많이 망가졌기 때문인데, CREB 경로를 활성화하면 혈관주위세포가 상당 부분 복구된다.

정 대표는 “복구된 혈관주위세포는 뉴런의 사멸을 억제하고 새로운 뉴런을 생성시킨다”며 “뇌혈관장벽(BBB) 형성에 관여하는 별아교세포(astrocyte)와도 상호작용해 전반적인 인지기능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AR1001… PDE5 저해제 계열 약물 알츠하이머병 치료 용도특허 확보
정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R1001의 전신인 미로데나필에서 BBB 투과율을 높이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정 대표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는 엠빅스는 BBB 투과율이 높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되레 투과율을 낮춘 약물”이라며 “우리는 물질의 구조와 잔가지들을 바꿔가며 BBB 투과가 잘되는 선도물질을 뽑아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같은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를 이용할 순 없을까. 정 대표는 “미로데나필만이 가진 중요한 기전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로데나필만의 고유한 특징은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의 길항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를 저해하면 DKK1이라는 분비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 우리가 뇌에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에서의 신호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 시냅스의 패턴을 이용한다. DKK1은 이 시냅스의 전기신호를 다 사라지게 만드는 물질이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DKK1이 높게 발현돼 있다.

정 대표는 이를 두고 산호초(뉴런) 사이를 지나다니는 물고기(시냅스 간 전기신호)를 다 잡아먹는 상어(DKK1)에 비유했다. 즉 AR1001은 상어를 제압해 물고기가 산호초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약물이다.

그는 “비아그라와 여타 발기부전 치료제는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를 아예 건드리지 않아 AR1001과 같은 다중기작 물질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더구나 우리가 AR1001의 용도특허 및 다중기작 특허를 이미 출원한 상태라 이 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PDE5 저해제)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하는 모든 권리를 포함시켜 특허상으로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11월께 AR1001의 전체 데이터 발표할 계획
현재 AR1001은 미국 임상 2상 연장시험(12개월 투약시험)을 진행하며 한숨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AR1001의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는데, 인지기능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임상은 21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회사에 따르면 10mg, 30mg을 투여한 모든 실험군에서 시작점 대비 인지기능이 향상됐다. 10mg 투약군은 투약 후 4주부터 26주까지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이 25.6% 향상됐다.

정 대표는 “도네페질이나 리바스티그민 등 현재 승인된 약물은 증상완화제”라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질병개선제”라고 말했다.

오는 6월 말이면 12개월까지 진행하는 연장시험이 종료된다. 임상 2상의 최종 데이터는 올해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알츠하이머 임상시험(CTAD·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학회’ 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연말에는 임상 3상 IND를 제출하고 내년 1분기에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 평가
<i>다중기작 치료제에 거는 기대감 커
by 박형철 세종벤처파트너스 상무
</i>
미국 FDA 임상 2상 톱라인 확인을 통해 우수한 1차 평가지표를 확인했으며, 연내 우수한 52주 임상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원인이 불명확하고 여러 요인에 의한 복합질환 중 하나라 회사의 다중기작 약물기반 치료제(AR1001)에 거는 기대가 크다. 라이센스아웃 기대감도 높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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