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끌어들여 반도체 생산"…일본의 꿈 실현되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6-11 07:53   수정 2021-06-11 08:35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회사) 업체인 TSMC가 일본에 처음으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5년까지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대규모 300㎜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신설 공장에서는 16㎚와 28㎚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5㎚급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대량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TSMC가 일본에 공장을 가동하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일본 정부의 목표가 완성 단계에 이르게 된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장기화하자 일본은 지난 3월 해외 위탁생산에 의존하던 첨단 반도체를 2025년부터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5세대(5G) 이동통신 대중화로 수요가 급증한 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공급망을 일본에 갖추기로 하고 민관 공동사업체인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 회의’를 가동했다.

목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 관련 역량 강화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낸드플래시 생산과 관련해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후공정 등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선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의 64.2%를 수입하는 일본의 해외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려는 구상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수십조원을 투자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 하는데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내년도 경제정책에도 국내외 반도체 관련 기업의 일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9일 발표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호네후토방침) 원안에 "타국에 필적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일본에 입지를 두도록 해 확실한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경제재정운용 기본방침은 내년도 일본 경제정책과 예산편성의 뼈대가 된다.

이러한 구상이 처음 결실을 맺은 것이 TSMC의 일본 진출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총 사업비 370억엔(약 3750억원) 중 190억엔을 일본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부담한다.

TSMC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R&D에 들어갈 계획이다. R&D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탑재 가능한 상태로 가공하는 ‘패키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선폭(반도체 회로의 폭)을 좁혀 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조합해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패키징 기술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히타치 하이테크,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반도체 기업 20여 곳도 TSMC와 협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TSMC의 R&D 거점을 유치한 이후에도 소니를 앞세워 TSMC의 파운드리 공장 유치에 공을 들였다. 소니는 전자기기에서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이미지센서 세계 1위(2020년 기준 점유율 47.6%) 업체다. 생산 물량의 상당수를 TSMC에 맡기는 핵심 고객이다. TSMC가 공장신설을 검토 중인 구마모토는 소니의 주력 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반도체 소재 및 장치에 강점을 가진 일본 관련 기업과 결합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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