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이 먹고 재배한 전통식물 지식…신약·화장품 개발 기초데이터로 쓰인다

입력 2021-06-15 16:20   수정 2021-06-15 16:22

인류의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식물의 열매나 잎 등을 채취해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왔을 것이다. 미국의 식물학자 존 윌리엄 하시버거는 아메리칸 인디언이 전통적으로 의식주에 사용한 식물들을 연구해 1896년 처음으로 ‘민족식물학’이라는 분야를 창시했다. 민족식물학은 식물과 인간 문화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로 식물학, 민족학, 인류학, 의약학, 농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돼 있다.
소수민족의 지식 기록하고 보존
필자는 현재 중국에서 식물자원을 확보하고, 민속식물을 탐사하고 분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민족식물학적인 현지 조사는 토착민들의 잊혀져가는 전통 지식을 채록하는 작업이다. 언뜻 들으면 금광이나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항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런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고립된 열대림과 고산지역의 토착민족을 만나러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등 토착병의 위험과 이름도 알기 힘든 벌레들의 공격은 고역이다.

그럼에도 이 일이 중요한 이유는 전통 식물과 관련한 지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식물 관련 이야기는 더욱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그들이 간직해온 전통 지식은 수많은 재배식물과 야생식물의 지속가능한 이용 방안을 제시하고 생물문화 다양성 보존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생물의 다양성 보존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전통 식물 관련 지식은 신약,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개발에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새로운 건강기능 원료를 찾아 아마존의 열대림과 머나먼 곳에 있는 작은 섬까지 찾아다니고 있다. 마치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후추를 찾아 인도로 떠난 여러 탐험가의 ‘현실판’인 셈이다.
국제협력 통해 식물자원 확보
이런 시도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생물다양성협약(1992년)과 나고야의정서(2010년) 등을 통해 국가 간 공정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생물 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을 위해 해외생물소재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입이 어려운 시기지만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현지 센터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각지의 파견 연구원들을 통해 38개국 50여 기관과 국제협력을 맺고, 두 나라 간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 국내외 협력 연구를 위해 15년 넘게 해외 식물 샘플 채집과 관련한 생태, 분류, 분포, 전통 지식 등의 기초 데이터를 쌓아오고 있다. 현재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약 3만7000종의 식물자원을 확보했다. 이는 국내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도 5500여 종의 자생식물이 기록되고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전국 각지의 토착식물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잘 보전돼 있다. 국내외 각지에서 어렵게 수집한 자료들이 미래 세대를 위한 생물 문화다양성 보존에 이바지하고 국내 의약계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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