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이젠 테마주 대신 '밈' 주식

입력 2021-06-22 08:48   수정 2021-06-22 13:14


최근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한국판 밈(Meme) 주식’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증시 주도주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이슈에도 매수세가 몰린데에 따른 것이다. 아무 이유 없이 급등락했던 스팩(기업인수목적법인·SPAC)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기획감시를 하겠다는 경고까지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밈 주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많이 언급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들을 말한다. 유행처럼 주식들이 회자되면서 개인 매수세를 끌어오는 식이다. 미국에서 온라인 상에서 공매도에 맞서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여 게임스톱 주가를 크게 밀어 올린 사건을 계기로 증시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과거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묻지마 투자는 정치인에 주로 기대는 '테마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밈주식이 된 셈이다.
스팩, 거래소 경고도 무시하고 급등락 지속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전일 8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 날 기준가 2000원의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로 치솟고, 이틀 더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상’ 현상의 결과다.

지난 18일까지는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따상상’ 행진에 다른 스팩들도 급등세를 보였지만, 전일에는 대부분 급락했다. 직전 거래일과 비교해 지난 18일 29.91% 올랐던 하이제6호스팩과 하나머스트7호 스팩은 전일 각각 16.10%와 14.69% 하락했다. 이외 SK5호스팩(13.44%), 하이제5호스펙(7.23%), 삼성스팩2호(6.71%)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빠졌다.

스팩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회사를 합병하기 위해 미리 상장시켜 놓은 일종의 ‘껍데기’다. 보통 좋은 회사와 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오르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급등하면 좋은 회사와 합병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스팩의 시가총액이 크면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는 회사의 기존 주주들이 불리한 합병비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또 스팩이 상장된 지 3년 안에 합병하지 못하면 기준가 2000원과 일정 이자를 더한 가격으로 청산된다. 2000원에 3년치 이자를 더한 금액 이상으로 스팩주를 사들였다가 합병하지 못하면 그 차액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초 "스팩 급등락 현상에 따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가 있는지에 대해 기획감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에서는 스팩주의 급등락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두슬라’ 두산重 고점 대비 20%↓…치매株 모멘텀 하루도 못가
스팩 외에도 한국판 밈 주식으로 유명한 HMM, 두산중공업 등도 마찬가지다. 급등 후 조정받는 밈 주식의 전형적 움직임을 나타낸다. 두 종목은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비교되며 ‘흠슬라’, ‘두슬라’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조정받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HMM은 전일 4만3400원으로 마감돼 지난달 27일에 기록한 고점 5만600원보다 14.23%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작년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고, 최근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방침의 영향을 받았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6000만주의 물량이 새롭게 유입된다. 현재 발행주식 수 3억4539만2487주의 17.37% 수준이다.

HMM의 경우 컨테이너 운임이 계속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 올해까지는 실적 개선의 지속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면 원전이나 치매 관련주들은 기대감을 갖게 할 이벤트만으로 주가가 춤을 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할 때 양국이 힘을 합치자는 합의에 상승탄력을 받아 이달 7일 3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소형 원전(SMR)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친 영향이다. 하지만 전일 종가는 2만5800원으로 고점 대비 19.38% 빠졌다. 그나마 체코 원전 수주전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소식에 직전 거래일 대비 2.18% 상승한 가격이다. 두산중공업 외에도 한미 원전 동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 급등했던 한전기술(-17.75%), 한전KPS(-14.96%), 우진(-19.07%), 우리기술(-8.76%) 등도 급등 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는 소식의 영향이다. 이 소식이 우리 증시에 반영된 지난 8일 메디프론은 장중 4675원까지 치솟았다가 고가 대비 14.76% 하락한 3985원에, 젬백스는 고가 2만6250원에서 11.57% 빠진 2만3300원에, 아이큐어는 고가 4만9500원에서 10% 낮은 4만455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8일 종가와 비교해 전일까지 메디프론은 14.93%, 젬백스는 9.66%, 아이큐어는 6.85% 각각 하락했다.
공매도 대항한 한국판 게임스톱 나오나…“대상으로 좋은 종목 선정”
밈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게임스톱과 AMC처럼 공매도에 맞서 특정 종목의 주가 급등세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오는 8월15일 전후로 공매도 잔량이 많은 코스닥 종목 1곳을 선정해 주식을 매집할 계획이다. 한투연은 법무법인을 선임해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투자자만 참여하도록 하기로 했다.

다만 한투연이 공매도에 맞서 어떤 종목을 사들인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한 투자자의 경우 급등하는 주식을 매수했다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시장 내 움직임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갈 수는 없다. 평균 이상의 좋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예측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공매도로 인한) 주식 시장의 폐해를 줄이고,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던 우리 개인들도 거대 헤지펀드를 상대로 대항하는 시범 케이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 종목 선정과 관련해 정 대표는 "단순히 공매도가 많은 주식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평가 상태이면서 미래 발전 가능성이 있는데 과도한 공매도 공격을 받은 종목으로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밈 주식의 시초였던 게임스톱은 지난 18일(현지시간) 213.82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9일 302.56달러를 기록한 뒤 7거래일만에 29.33%가 빠졌다. 올해 1월27일의 고점 347.51달러와 비교하면 낙폭이 38.54%에 달한다.

게임스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디오 게임을 사고파는 소매업체다. 온라인의 앱 마켓에서 게임을 내려 받는 지금 시대에 게임스톱의 사업모델은 사양산업에 포함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작년 종가 18.84달러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인해 10배 넘게 치솟았고,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 표적이 된 미국 최대의 극장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AMC)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주가가 2달러 내외에서 움직이다가 갑자기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일 62.55달러까지 올랐다. 주가가 치솟자 AMC의 경영진을 포함한 내부자들이 지난 11일까지 1300만달러 어치의 회사 주식을 팔아치웠다고 현지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전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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