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닭갈비집 3년 돌며 불판까지 개발…月매출 8천만원

입력 2021-06-21 17:28   수정 2021-07-12 17:05


형제는 창업 3년 전 이미 ‘아이템’을 정했다. 평소 좋아하던 숯불닭갈비였다. 잘 눌어붙고 손질이 번거로워 남들이 따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업종을 정하자 형제는 맛에 집중했다. 3년간 전국의 내로라하는 숯불닭갈비 맛집을 돌며 맛과 멋을 연구했다. 요리사 출신인 형은 음식과 메뉴를 파고들었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한 동생은 맛을 살리는 불판과 인테리어, 상권 공부에 매진했다. 잘 눌어붙지 않는 지금의 무쇠주물은 50가지의 디자인을 두고 고민한 끝에 나왔다.

조성욱(44)·병욱(41) 형제의 서울 목동 숯불닭갈비 가게 ‘팔각도’는 그렇게 탄생했다. ‘팔각’과 ‘팔도’를 합친 이름이다. 팔각은 형제가 개발한 팔각형의 불판을, 팔도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맛을 찾아온 창업 과정을 의미한다. 조병욱 사장(사진)은 “팔각 불판은 숯불닭갈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카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맛을 찾기 위해 2년 넘게 닭만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금도 사업에 관해 이것저것 공부하느라 새벽 2시에 잠들고 오전 8시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연구 덕에 팔각도는 배달과 점심 없이 저녁 매장 장사만으로 월평균 매출 8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재고 없는 메뉴로 신선도 높여

숯불닭갈비 전문점인 팔각도는 메뉴가 단출하다. 갈비, 목살, 안창살, 연골 등 닭 부위 4~5가지 메뉴가 전부다. 이 메뉴엔 조씨 형제의 공부와 철학이 담겨 있다. 조 사장은 “재고를 생각해 메뉴를 구성했다”고 했다. 메뉴가 다양하면 주문이 들쑥날쑥 할 때 재고가 쌓인다. 재료의 신선도는 그만큼 떨어진다. 잘나가는 4~5가지로 메뉴를 특화한 이유다. 조 사장은 “다양성보다 전문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도는 기본이다. 경기 인근에서 도축한 닭고기를 그날 새벽 매장으로 가져와 저녁에 판다. 조 사장은 인터뷰에서 공급처의 정확한 지역은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신선한 재료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재료와 메뉴 외에 조 사장이 창업의 관건으로 꼽은 것은 ‘불판’이었다. 팔각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팔각형의 불판은 조 사장이 직접 연구개발했다. 그는 “숯불닭갈비는 껍질이 잘 타고 쉽게 눌어붙어 익히기 효율적인 불판이 중요하다”며 “무수한 실험 끝에 소재는 잘 붙지 않는 무쇠주물로 결정했고, ‘닭갈비의 새로운 판을 만들자’는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 팔각형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단골 만들려면 골목보다 큰길 상권
다음은 상권이었다. 형제는 우선 자신들이 자라온 목동 상권을 연구했다. 주변 인구는 많은데 상권은 비교적 작아 소비자 흡입력이 강한 것에 합격점을 줬다. 주거지와 업무지구가 혼재된 곳이어서 주중에는 직장인이, 주말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매장을 채워준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디에 점포를 얻을지에 대해서도 연구 끝에 결론을 냈다. 조 사장은 “골목보다는 대로변 상권이 좋다”고 조언했다. SNS 홍보와 트렌디한 아이템에 자신있다면 골목도 무방하지만 신규 소비자 유입을 겨냥한다면 ‘무조건 대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80명당 1명이 단골이 된다고 보면 40명의 신규 손님이 올 때 이틀에 한 명 단골이 생기는 데 비해 4명이 오면 20일에 한 명이 생기는 것”이라며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은 대부분 이미 다른 가게를 가려고 마음먹은 ‘목적 구매’ 소비자라는 것도 골목 상권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사장은 “창업 자금에 맞춰 자리를 선택하지 말고 자리에 맞춰 자금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고 업종에 적합한 ‘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손님 한 명보다 직원 한 명이 중요
팔각도에선 사장만 공부하는 게 아니다. 조 사장은 매주 직원 회의를 연다. 각 직원들이 생각하는 가게의 부족한 부분과 손님의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좋은 의견은 즉각 반영한다. 주인의식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만 고용하면 유지되기 힘든 방식이다.

조 사장은 2019년 말 창업한 지 한 달여 만에 찾아온 코로나19 위기에도 직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그는 “가게가 어려워도 직원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는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원을 줄이면 남아 있는 직원의 사기도 저하된다.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시 사람을 뽑았을 때 리스크와 교육 과정을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더 든다. 조 사장은 “직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은 받지 않는다”며 “한 명의 손님보다 한 명의 직원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권용훈 인턴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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