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고양이에 관한 모든 것을 모은 시집[김동욱의 하이컬처]

입력 2021-06-22 06:04   수정 2021-06-22 06:12



"…베개에서 검은 몸을 쭉 펴는 고양이.
작고 다정한 손길에 아름다운 곡선으로 화답하고
다음에는 그릇까지 핥아 먹고
다음에는 세상으로 나가고자 한다.
거기서 뚜렷한 이유 없이 잔디를 폴짝폴짝
가로지르더니
풀숲에 미동도 없이 앉는다…"

메리 올리버 '아침' 중에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기욤 아폴리네르, 루이스 캐럴, 샤를 보들레르, 윌리엄 블레이크가 공통으로 찬미했던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집사'라고 부르는 고양이입니다.

동서양의 수많은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고양이에 대한 예찬 시를 모은 책이 선보여 주목됩니다. 고양이에 관한 42편의 시와 한 편의 에세이를 수록한 '고양이'(에이치비프레스)라는 책입니다. 번역가 이재경 씨가 작품들을 선별해 엮고 번역을 했습니다.

책 표지도 조선 시대 화가 변상벽의 '참새와 고양이'의 고양이 부분을 확대해 제작했습니다. 장정도, 내용도 고양이에 푹 빠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책이 소개하는 고양이를 찬미하는 시의 내용은 십인십색이지만, 묘한 공통점을 보입니다.

릴케는 "고양이는 지금껏 받은 시선들을/뚱하게 으르다가/그냥 데리고 잠이나 자려는 듯/제 몸에다 감추어 버린다."고 읊었습니다.

보들레르는 "불타는 연인이나 근엄한 학자나/나이 들면 너나없이 고양이를 좋아해./강하면서 나긋한 고양이, 집의 터줏대감/추위를 타고 꼼짝하기 싫어해."라고 그렸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시종일관 금박 두른 새틴 같은 눈을 하고 중국 깔게 위에 웅크려 않은" 고양이의 자태에 주목했습니다.

앨저넌 찰스 스위번은 "당당하고, 다정하고, 거만한 친구,/황공하게도/내 옆에 앉아/영롱한 눈으로 찬란히 웃어 준다."고 찬미했습니다.

이밖에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음의 안정에는 남편보다 고양이가 낫다."고 단언했고, 나오미 쉬하브 나이는 "사연 없는 고양이는 없다"고 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공감하시는지요.

시인들은 과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고양이의 무엇인가를 포착해 냈을까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각 중 어떤 부분이 유명 시인과 똑 같고,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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