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의 로봇 전쟁

입력 2021-06-22 15:55  


 -산업, 가정, 의료, 구난 등에 전방위 활용

 8년 전인 2013년 토요타의 여러 미래연구소 가운데 로봇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걸음을 돕는 워킹 헬퍼 로봇, 그리고 집안 일을 돕는 가사 로봇 등을 보기 위해서다. 당시 연구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미래 로봇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역할을 로봇이 수행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혼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한창 유명세를 탈 때였지만 토요타는 그보다 로봇에게 지능을 입혀 인간과 같은 섬세한 움직임을 완성하는데 치중했고, 같은 물이 담긴 잔이라도 유리컵과 종이컵을 잡을 때 손가락의 힘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재질의 물건을 놓고 로봇 스스로 집게의 토크를 조절하는 연습이 무한 반복됐다. 이렇게 데이터를 축적해야 로봇 행동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CEBIT) 박람회에선 폭스바겐이 로봇의 지능 고도화와 관련된 중요한 개발 원칙을 발표했다. 폭스바겐그룹 로봇 총괄 마틴 호프만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폭스바겐 로봇기술의 3대 원칙을 내세웠는데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며 인간이 상해를 당하도록 방치해서도 안된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법칙(인간에게 상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과 상충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명령을 따르되 그것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라면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셋째, 로봇은 첫째 법칙(인간에게 해를 입히면 안된다) 및 둘째 법칙(인간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과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로봇 스스로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서 로봇이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신경망의 고도화를 의미하고 폭스바겐은 양자컴퓨팅 등을 통해 지능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생산, 판매, 구매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한 사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에 앞선 2017년, 현대차그룹은 CES에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MEX)를 선보이며 로봇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나아가 첵스(CEX)와 벡스(VEX) 등 현장 근로자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로봇을 보여주더니 4년 후인 2021년에는 아예 미국의 대표적인 로봇기술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단순한 로봇기업이 아니라 산업 및 생산 현장은 물론 인간의 위험을 대신 감수하는 용도로 로봇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 미래 로봇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에서 비롯된 전략적 기업 인수이자 지난 2019년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언급하면서 로보틱스 비중이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이후의 실질적인 행보였던 셈이다. 

 이처럼 자동차회사가 로봇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는 지능형 자동차의 다른 말이 곧 지능형 로봇이기 때문이다. 미래 자율주행차를 떠올릴 때 자동차 스스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하며, 그 결과로 하드웨어가 움직이는 과정이 곧 로봇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지능은 폭스바겐그룹처럼 생산, 판매, 구매 등에 적극 활용될 수 있고 기능에 따라 다양한 로봇 제품을 만들어 제조업의 역량도 유지할 수 있다. 바퀴가 달려 도로를 운행하면 자동차이고 같은 바퀴라도 집게 손을 달아 거실에서 운용하면 가사 로봇이다. 또한 바퀴 없이 강아지 모양의 형태를 갖추고 네 발로 사람 따라다니며 음성 인식으로 대화를 나누면 말하는 반려 로봇이다. 

 그래서 로봇이 스스로 지능의 고도화를 이루고 형태가 사람이라면 2035년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 아이로봇의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 수도 있다. 폭스바겐이 로봇의 3원칙에 반드시 '인간 보호 및 인간 명령에 대한 복종' 알고리즘 넣겠다고 선언한 것도 지능 고도화 수준이 생각보다 빠르고 높다는 생각 탓이다. 실제 로봇의 진화에 대해선 과학자들의 우려 섞인 시각도 많다. 지능 고도화가 자칫 로봇 스스로 알고리즘을 바꿀 가능성도 있어서다. 게다가 해킹 등을 통해 사람에 대한 공격 함수를 몰래 심으면 인간 보호 원칙은 힘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인간을 대체할 로봇의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업, 의료, 구난 현장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체 수단이 있다면 효율 및 안전 등이 담보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로봇 또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체라는 점에서 제조업의 영역에 포함된 점은 자동차회사의 로봇 사랑(?)을 이끄는 중요 인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동차회사의 로봇 경쟁은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이 결국 궁극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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