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렸다가 '꼬꼬면' 될라…증설 꺼리는 DB하이텍

입력 2021-06-22 10:55   수정 2021-06-22 13:32



8인치 파운드리 수요 폭증으로 생산라인 증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DB하이텍이 고민에 빠졌다. 섣불리 공장을 지었다가 활용도 못해보고 시장 침체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충북 음성에 있는 상우공장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회사 측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지만 최근 수급난이 심해지면서 이런 법칙이 깨졌다. DB하이텍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0.13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고급제품의 가격은 5511달러로 지난해(1500달러)보다 2.6배 뛰었다. 2019년(1033달러)와 비교하면 4.3배 급증했다. 사양산업이라고 불렸던 0.18㎛공정과 0.25㎛공정 제품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DB하이텍도 지난해부터 공장을 완전가동 중이다. 1분기 기준 가동률은 98.9%다. 1분기 생산실적은 웨이퍼 37만7244장으로 2019년 1분기(23만8140장)보다 58% 뛰었다. 올해 연간 생산실적으로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웨이퍼 15만장을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이정도로 시장이 활황인데도 DB하이텍이 증설 여부를 고민하는 것은 완공 시기 때문이다. 음성 파운드리 라인을 지금 증설해도 3년 뒤인 2024년에야 공사가 끝난다.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시점에는 시장이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꼬꼬면이 품귀현상을 빚자 생산라인을 급히 늘렸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유행이 끝나면 증설했던 제조라인이 골치꺼리 된다"고 했다.

시장 안정기에는 기존 공급사에 수주물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새 고객사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 관계가 중요한 파운드리 산업 특성 상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믿을만한 파운드리 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공장 하나를 짓는데만 2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해 DB하이텍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도 문제다. 1분기 기준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은 1207억3895만원에 불과하다.

DB하이텍은 올초부터 음성 공장 부지 주변 터를 닦는 등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파운드리 공장 7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접 증설할지 타 업체에 분양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DB하이텍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1조607억원, 영업이익 2788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가격이 오르고 있어 올해 DB하이텍이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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