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율주행 반대에 감춰진 그림자

입력 2021-06-23 17:54  


 -미국 의회, 자율주행 규제 완화 반대 속내는

 "자동차의 동력을 기름에서 전기로 바꾸는 것은 환영하지만 자율주행 전환은 아직 시기상조다"

 미국 상원통상위원회가 최근 자율주행차의 안전 규제 완화를 반대하며 내놓은 입장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기술 완성도가 여전히 낮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셈법이 숨겨져 있어 관심을 모은다. 

 먼저 위원회는 자율주행 규제 완화의 반대 명분으로 테슬라 사고를 꼽았다. 자율주행을 표방한 테슬라의 주행 중 오류 인식 사고가 끊이지 않고 법적 책임이 모호한 상태여서 규제 완화는 아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원회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배경을 주목하는데 바로 일자리 문제다. 실제 미국 내 운수사업 종사자들은 줄기차게 자율주행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노동연맹은 자율주행차가 쏟아지면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할 수 있고 특히 화물차에 적용되는 것은 더욱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상용 부문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데다 규제 완화가 적용되면 이미 한 명의 운전자가 여러 대의 화물차를 이끌고 가는 군집주행으로 운전직 일자리를 없앤다는 우려 탓이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세력은 법조인들이다. 미국 사법학회는 자율주행 제조사에 대한 책임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안전 기준 완화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고, 기술 또한 숙성되지 않았다며 위원회를 압박했다. 

 그럼에도 포드, 구글, 볼보 등의 자동차 및 IT 기업이 소속된 자율주행연합은 자율주행의 안전 기준 완화는 교통사고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친환경 모빌리티 부문에서 경쟁하는 중국이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선 점을 들어 자칫 미국이 자율주행 부문에서 뒤질 수 있다는 걱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이 내놓는 여러 이유 가운데 위원회의 반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운전직 일자리의 감소다.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에게 화물 운전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곧 선거 패배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또한 화물차의 군집 주행을 2019년에 완성했고 내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수소전기트럭이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도만 바뀌면 얼마든지 자율주행 화물운송이 가능하고 그만큼 화물 운전자의 일자리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물론 군집 주행의 운행 구간을 고속도로로 한정하고 복잡한 시내도로를 거칠 때는 사람 운전자에 의존하는 부분 군집 주행으로 일자리 감소폭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절대적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중단해야 할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전자의 역할을 줄이려는 운전보조장치, 즉 ADAS의 기능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밖에 없어서다. 더불어 ADAS의 발전이 곧 자율주행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운전직 일자리 감소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셈이고 한국도 이제는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무조건 찬성과 반대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사람의 운전을 어떻게 조화시켜 일자리를 나눌지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박재용 칼럼니스트(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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