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한국에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달 본사 승인을 완료했다.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예비인가는 통상 신청 후 3개월 정도 소요되고, 허가 시 6개월 내 자본금 출자 등을 완료해야 한다. 라이나생명은 준비 기간 법률 검토를 위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했다.
시그나그룹은 라이나생명과 마찬가지로 본사에서 직접 출자해 회사를 세울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금 출자 후 본인가까지 통상 2~3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디지털 손보업계에 외국계 회사가 출사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기존에는 하나손보(하나) 캐롯손보(한화) 등 대형 보험사 계열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이달 초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가 금융위에서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하반기 출범이 유력해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기존의 메신저·커뮤니티·모빌리티 등 플랫폼과 연계해 생활 밀착형 보험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뛰어드는 것 역시 업계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기대다. 시그나그룹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이다. 세계 1억8000만 명의 고객과 170만 명의 의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원격진료, 건강평가 및 관리, 보험약제 관리, 주재원 보험 등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는 ‘시그나’라는 이름 대신 ‘라이나생명’이라는 이름으로 1987년 처음 진출했다. 자산 규모는 5조604억원(2020년 말 기준)으로 크지 않지만 순이익(3572억원)은 생보업계 3위 수준으로 ‘알짜 회사’라는 평가다. 진단·무심사 보험, 치아보험, 고령자 전용 보험 등 기존에 없던 상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업계 점유율을 높였다. 라이나생명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인 가운데도 생보 영업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듯이 손보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보험사 설립 인가 조건이 완화되고 의료 데이터 개방 등 헬스 서비스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시그나그룹 차원에서 투자 계획이 승인됐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원 포인트 디지털 보험 가입이 늘고 있다”며 “헬스케어 융합형 디지털 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나온다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빈난새 기자 ram@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