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유통 손 뗀 대형社 빈자리, 中이 채웠다

입력 2021-06-23 17:50   수정 2021-06-24 02:09


국내 게임 유통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중소 게임사들의 글로벌 퍼블리싱(유통판매) 사업을 사실상 도맡다시피 하면서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개발에만 집중하다 생긴 글로벌 유통 시장의 빈자리를 중국 게임사들이 속속 꿰차고 있다.
국내 중소 게임사 “국제 협업 일환”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조이시티가 신작 ‘프로젝트M’ 일본 퍼블리싱 사업권을 놓고 중국 게임사 빌리빌리와 협상하고 있다. 프로젝트M은 올 4분기 일본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역할수행게임(RPG)이다. 게임 퍼블리싱은 마케팅, 유통, 서버 운영 등 전반적으로 게임 사업을 운영하는 작업이다. 자체 퍼블리싱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임 개발사들이 대형 게임사들과 주로 계약을 체결한다.

프로젝트M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을 위해 빌리빌리 외에도 텐센트, 요스타 등 굵직한 중국 게임사들이 조이시티와 협상했지만 최종 파트너로 빌리빌리가 선택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이 글로벌 흥행을 도울 수 있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도 밑질 게 없는 장사”라고 말했다.

프로젝트M 외에도 최근 중국 게임사와 손잡고 글로벌 진출을 하는 국내 게임사가 늘고 있다. 넷게임즈는 지난해 2월 중국 게임사 요스타와 신작 RPG ‘블루 아카이브’ 일본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2월 출시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9위, 구글플레이 매출 14위에 오르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퍼블리싱은 2018년부터 줄곧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맡아오고 있다. 중국과 갈등이 불거진 인도를 제외하고 동남아시아, 북미 등에서 현재도 퍼블리싱을 맡고 있다.
“과도한 中 의존 족쇄 될 수도”
향후 중국 시장을 노리고 중국 게임사와 너도나도 손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게임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외교 문제로 2017년 이후 중국에서 판호(版號)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서머너즈워: 천공의아레나’를 시작으로 중국 진출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 게임사와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불가피한 국제 협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게임 사업의 무게중심이 구글 애플 등 앱장터로 손쉽게 해외에서도 유통을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가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추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해외 유통이 쉬워지고 돈이 잘 안 되다 보니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퍼블리싱보다는 자사 지식개발권(IP) 개발을 늘리고 있다”며 “중소 게임사 입장에선 중국 게임사들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은 ‘한국 개발-중국 퍼블리싱’이라는 분업 효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퍼블리싱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잃어버릴 수 있다. 가격 결정과 마케팅 전략 등의 주도권도 약화될 수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퍼블리싱을 포함해 해외 사업 전반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게임산업의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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