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성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58·사진)가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기념 음악회를 연다. 지난 1일 지휘자로 부임한 뒤 서울에서 여는 첫 무대다. 단원들을 이끌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오르간)’과 카셀라의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이 협연한다.서울대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전공한 장 상임지휘자는 1993년 러시아 프로코피예프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 1997년 도쿄 국제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선 울산·창원·대전시향의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그는 현재 국내 대표 교향악단 중 유일한 한국인 상임지휘자다. KBS교향악단(피에타리 잉키넨), 서울시립교향악단(오스모 벤스케), 경기필하모닉(마시모 자네티) 등은 외국인 지휘자가 이끌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만난 그는 한국인 지휘자만의 강점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지휘자는 단원들과 교류할 시간이 없습니다. 해외에 있는 다른 악단도 챙겨야 해서 국내 악단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어렵죠. 저는 단원들과 긴밀히 교류하며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들려줄 겁니다.”
그는 우선 정통 클래식으로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인정받은 뒤 청중을 늘리는 공연을 펼치겠다고 했다. 1년에 10여 차례 열리는 정기 연주회만으로는 시립교향악단의 정체성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이 만든 ‘오케스트라 5단계 운영론’을 제시했다. 정통 클래식을 연주하는 정기 음악회가 첫 단계다. 지휘자가 직접 해설을 해주는 고품격 해설 음악회와 대중적인 해설음악회가 뒤를 잇는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가 4단계, 영화·뮤지컬 등 크로스오버 음악회가 5단계다.
장 상임지휘자는 흔히 연주하는 독일·오스트리아계 레퍼토리 말고 영국·러시아 레퍼토리 등 희소한 작품도 연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65세 이상 시니어 관객을 위한 고품격 디너 음악회도 기획할 것”이라며 “크로스오버 공연을 열게 되면 편곡에 관한 저작권도 확보할 수 있다. 저작권은 악단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돼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향악단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에서 예산을 받고 운영하는 악단에는 저변을 확대할 의무가 있어요. 연주력과 인지도를 동시에 키워야 합니다. 뭐든 해야죠. 클래식이 아니라 트로트를 연주할 수도 있어요. 유튜브에도 출연할 계획입니다. 하하.”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