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의 보상 체계가 장기 성과를 반영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임원의 총보수 중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기본급 비중이 64.2%로 미국(16%), 영국(47.6%)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 보험사는 총보수의 59.5%가 기본급이었지만 미국은 11%에 불과했다.
실제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에서 각각 상위 3개 보험사를 살펴보니 해당 CEO들이 지난해 수령한 총보수 가운데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된 기본급 비중은 30~60%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58.1%),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52.4%),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50%),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39.6%),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37.3%) 등이었다. 지난해 성과급이 5600만원에 그쳤던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는 기본급 비중이 93%에 달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 규정은 성과보수를 장기간에 걸쳐 이연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소 이연 기간이 3년으로 짧다는 것도 한계로 꼽혔다. 임원 성과보수 중 현금보상 비중은 54.6%로 높고, 반대로 주식 또는 주식 연계 방식이 45.3%로 낮아 경영진의 장기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선 임원 성과보수 중 스톡옵션 등 비중이 68%에 달했다. 또 영국과 호주 등은 이연 기간이 최대 7년으로 길고 이 기간 내 장기 성과에 따라 일부 금액을 환수할 수 있는 규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진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과보수 비중을 확대하고, 현금 이외 주식 기반 보상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할 경우 책임을 물어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방안도 내놨다. 성과평가 시 고객 만족도 등 비재무적 지표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제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의 단기 실적주의로 인해 과도한 출혈 경쟁과 장래 손해율 상승,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진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 공시기준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성과에 연동한 보수 체계 개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국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보험사들이 속한 금융지주나 대기업 그룹, 외국계 등 회사별로 사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 잣대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배당 제한에 이어 CEO 보수까지 시시콜콜 정해주려고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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