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요가를 하고 마일리지를 털어 세계 여행을 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던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어느 날 밤 침대에서 일어나 양복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앉는다. 인턴에 지원하기 위한 자기소개 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벤은 70세의 백발 신사. 카메라 앞에 앉은 벤은 이렇게 말한다. “프로이트는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전부’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전 은퇴했고 아내는 세상을 떠났어요.”
2015년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은퇴한 70세 노인이 30세 워킹맘 최고경영자(CEO)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서로에게 인생의 새로운 면을 알게 해주는 스토리를 담았다.
벤이 인턴을 시작한 곳은 의류 쇼핑몰 스타트업 어바웃더핏. 초등학생 딸을 둔 워킹맘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이 이곳의 CEO다. 줄스는 회사를 집 부엌에서 창업해 18개월 만에 220명의 직원을 거느린 스타트업으로 성공시켰다. 사무실에서도 끊임없이 체력관리를 하고 고객을 위해 직접 박스 포장까지 마다하지 않는 열정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줄스는 벤이 자신의 인턴으로 있는 게 영 못마땅하다. 벤의 채용은 회사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시작한 노인 인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벤과 같이 은퇴 후 제2의 삶을 찾아 경제활동에 다시 뛰어드는 노인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노인 인구 비중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데 비해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7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이면 <그래프>처럼 이 비율이 20%가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청년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벤과 같은 노인들을 경제활동에 다시 참여시켜 경제활성화와 성장을 꾀하는 걸 ‘시니어노믹스’라고 한다.
벤도 인턴을 시작한 순간 경제활동인구로 다시 편입됐다. 자연스레 벤의 취업은 고용률에 영향을 미친다. 고용률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애당초 분모(경제활동인구)에도 들어가지 않던 벤이 분자(취업자)에까지 들어가게 되니 고용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실업률은 떨어진다. 실업자는 그대로인데 경제활동인구는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 주민센터의 무인발급기 안내 도우미로 노인 공공인턴을 수천 명 선발하면 실업률은 떨어지고 고용률은 오른다. 벤과 이들의 차이는 고용 주체가 각각 시장과 정부라는 점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에는 정년이라는 개념이 없다. 미국은 1967년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이래 1986년 정년 제도를 아예 없앴다. 한국과 같은 공채 제도도 없다. 시기와 상관없이 기업이 원할 때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2030세대 젊은이나 7080세대 노인이나 취업의 문은 동일하다. 법적으로 60세 정년이 정해져 있고 많은 기업이 연중 일정한 시기에 신입 직원들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공채 제도가 보편화한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 노동시장은 ‘완전경쟁’에 가깝다.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만 15세 이상의 인구를 뜻하는 ‘생산가능인구’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4세까지만 포함하는데, 65세 이상을 포함해야 할까 아니면 제외해야 할까.
③ 노인 공공인턴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고용률을 높이려는 ‘꼼수’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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