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의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애플이 해외에서도 LG폰 대상 중고 보상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플의 기조와 동떨어진 보상 정책을 한국 시장에 한정된 '로컬 전략'이 아닌 '글로벌 대응'으로 택한 것. 삼성전자를 직접 겨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부로 모든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폰의 점유율을 흡수하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LG폰은 북미 지역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애플은 파격 보상 정책을 통해 홈그라운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기회로 삼은 셈이다. 북미 LG폰 사용자들을 애플로 끌어들여 삼성전자에 현지 시장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14.7%의 점유율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삼성전자(33.7%)와 애플(30.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처시가 발표한 올 1분기 북미 지역 점유율에서는 애플이 점유율 55%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가 28%로 2위, LG전자가 7%로 3위에 올랐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본격 보급을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존 LG폰의 10% 내외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놓쳐선 안 되는 상황이다.
애플도 즉각 대응했다. 애플 역시 같은날 LG폰을 반납하고 아이폰 시리즈로 교체한 이용자에게 중고가에 보상금 1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중고 보상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체 가능한 모델은 아이폰12와 아이폰12 미니 두 가지다.
국내 상황은 일단 애플이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중고 보상 프로그램을 LG폰으로 확대한 이후 애플의 국내 판매대리점 주간 점유율(이동통신사 직판 제외한 대리점 개통물량)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애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주간 점유율은 3주 연속 오름세다. 특히 6월 1주차 주간 점유율은 11.9%로 전 주 대비 4.5%포인트 급등했다. 주간 점유율 10%대를 회복한 것은 12주 만이다. 이는 통신사 직판을 제외한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아이폰 점유율은 더 크게 뛴다. 6월 2주차 점유율도 전 주 대비 1.7%포인트 늘어난 13.6%, 6월 3주차에는 14.4%에 달하는 등 우상향 중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간 판매 점유율은 86.4%(6월1주차)→84.2%(6월2주차)→83.3%(6월3주차)로 3주 연속 감소했다. 여전히 점유율 자체는 높지만 상당수 LG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갈아탄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애플은 다음달 LG전자의 유통 자회사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판매가 유력한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애플의 공세에 직면했다"며 "LG폰 점유율이 크지 않다고 안일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 보상을 더 하든 혜택을 더 주든, 어떤 형식으로든 마련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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