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부터 쇼핑까지 '원스톱'…관광지 급부상한 나라

입력 2021-07-06 11:57   수정 2021-07-06 13:42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괌이 코로나19 백신관광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입국 시 의무격리(10일) 면제 대상이 음성 진단자로 확대돼 체류비용 부담이 줄면서 관련 상품이 날개 돋친 듯이 펼려나가고 있다.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 등 재확산 우려 속에서 괌이 관광 재개에 성공해 긴 코로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만국영통신사 CNA는 지난 1일 대만 관광객을 태운 전세기가 이달 6일과 14일, 18일 괌으로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칼 쿠티에레즈 괌관광청장은 "같은 회사 소속 임직원이 단체로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라며 올 연말까지 최대 3만 명이 넘는 백신 관광객이 괌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괌데일리포스트 등 현지 매체는 대만에서만 백신관광 예약이 2000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괌은 지난달 백신관광 프로그램인 '에어 브이앤브이(Air V&V)'를 도입했다. 백신 미접종 외국인이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0일 넘게 현지에 머물면서 백신을 맞고 여행도 즐길 수 있는 원정 백신접종 상품이다. 관광객에게 무료로 백신을 놔주는 미국 뉴욕시와 알래스카주, 몰디브 등과 달리 괌에선 관광객이 돈을 내고 백신을 구입해야 한다.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중 고를 수 있다.

괌 정부는 아·태지역 미국인의 괌 여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에어 브이앤브이 프로그램을 지난달부터 외국인으로 확대했다. 백신 공급과 확보 물량이 충분하고 접종률이 목표로 삼은 75%에 육박하면서 관광 재개에 필요한 여건이 갖춰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1일 기준 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75%를 넘어섰다.

괌의 에어브이앤브이는 지난 4일부터 격리 면제 대상이 음성 진단자로 확대되면서 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됐다. 이전까지 백신 미접종자는 입국 시 음성진단을 받아도 현지 검역을 위해 최소 일주일간 지정된 격리숙소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기준이 완화되면서 이제는 72시간 전 음성진단만 받으면 격리 없이 백신접종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다.

괌 백신관광은 대만 등 접종이 더딘 곳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여행사 라이온트래블은 지난달 5일과 22일짜리 괌 백신관광 상품을 내놨다. 진단검사(3회)와 백신접종(2회)에 드는 880달러(1인) 비용이 별도인 5일짜리 패키지는 최근 문의가 늘면서 예약 건수가 600건을 넘어섰다. 2주 간격으로 운항하는 전세 항공편 좌석도 모두 동났다. 여행사 측은 괌 백신관광 상품으로 올해 1억 달러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여행사(OTA)도 백신 관광객 맞춤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케이케이데이, 이지트래블 등은 백신 관광객을 위한 검역호텔 상품을 준비 중이다. 괌에선 격리가 면제되지만 대만으로 돌아올 때에는 지정센터나 호텔에서 14일간 격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말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를 14일 자가격리에서 의무격리로 강화했다.

괌 관광시장이 다시 열리면서 한국에서도 괌 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반응이 뜨거운 대만과 달리 괌 백신관광에 대한 국내 수요는 크지 않은 상황. 백신접종에 속도가 붙어 접종률이 30%까지 올라가면서 굳이 해외 원정 접종에 나서야할 이유가 없어진 때문이다.
해외에서 접종한 백신이 국내에 인정받지 못하는 점도 괌 백신관광에 회의적인 이유 중 하나다. 국내에 공급된 백신과 제조회사와 종류가 같아도 해외 접종은 격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로서는 백신접종을 마친 뒤에 해외여행에 나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현재 한국과 괌 사이에는 여행을 가로막던 검역 조치가 상당 부분 풀린 상태다. 지난 5월 5일부터 국내 백신접종자는 입국 시 14일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괌에선 지난달 격리면제 백신 명단에 아스트라제네카(AZ)가 포함돼 국내 접종자도 입국 시에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지금도 격리 없이 괌 여행이 가능하다. 괌은 굳이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이 아니더라도 항공 노선만 생기면 당장 여행이 가능한 곳인 셈이다.

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음성 진단자에 대해 격리를 완화한 조치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 14일 의무격리를 해야돼 직접적으로 괌 여행 수요를 늘리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괌 여행이 재개되는 시점은 결국 항공 노선 운항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여행·항공업계는 괌 여행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을 인천~괌 항공 노선 운항이 재개되는 7월 말, 8월 초께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반 동안 운항을 중단한 항공사들이 이때부터 속속 재개에 나서기 때문이다. 인천~괌 항공 노선은 이달 31일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8월5일), 에어서울(8월12일)이 주1회 정기 운항을 재개한다. 제주항공도 8월 중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이다. 에어부산은 9월부터 부정기편을 운항한다.

박지훈 괌관광청 한국사무소 부장은 "현재 괌 현지는 호텔·리조트, 쇼핑센터 등 주요 관광시설 종사자는 거의 100% 백신접종을 마친 상태"라며 "각 호텔·리조트 내에 간이 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소를 설치하고 검사비용도 일부 지원하는 방안을 본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괌 전체 외래 관광객은 163만명. 이 중에서 한국인 관광객은 73만4000명(45%)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41%)보다도 높았다. 괌관광청은 올해 한국과의 관광 재개를 위해 일본(550만 달러), 대만(250만 달러)보다 많은 800만 달러의 마케팅 예산을 한국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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