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인력 유지 '상속공제 대못' 당장 뽑아야"

입력 2021-07-07 17:15   수정 2021-07-14 16:36


경남지역 한 운수업체 2세 경영인 A사장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지 5년째인 올해, 수억원의 추징금을 물을 위기에 처했다. 공제받는 요건 중 하나인 고용유지 기준을 어겼기 때문이다.

50~60대 연령층이 많은 직원의 고령화로 퇴사 인력이 많아진 데다 ‘실업급여’ 혜택을 노리고 “몇 달 쉬고 오겠다”며 퇴사하는 인력이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다. A사장은 “일부러 해고한 것도 아니고 직원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공제 혜택을 유지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부가 승계기업의 세제를 지원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고용 감축’ 부작용 속출
고용유지 요건이란 기업승계 후 7년간 정규직 근로자 고용인력을 100% 유지하거나 임금총액의 100%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한 해 80%까지 낮출 수는 있지만 다음 해엔 120%로 늘리는 식으로 창업주 사후관리 기간 내 평균 100%를 맞춰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따른 고용유지 요건은 업종 자산 지분율 등 전체 사후관리 기준 가운데 중소기업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항목으로 꼽힌다. 지난 4년간 국세청이 기업에 추징한 가업상속공제 위반 사례 52건 가운데 절반가량인 24건이 ‘고용유지 요건 위반’ 사례였다.

이처럼 요건을 지키기 어렵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한 기계장비업체는 창업주가 병환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자 직원 10여 명을 한꺼번에 감축했다. 창업주가 사망할 경우 2세 경영인이 가업상속공제상 고용유지 요건을 지키는 데 문제가 없도록 ‘미리’ 감축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제가 시작되면 직원 감축이 어렵기 때문에 미리 줄이는 기업이 많다”며 “나중에 재고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는 선진국은 일찌감치 사후관리 고용 요건을 완화해 기업의 일자리와 기술 등 명맥이 유지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고용유지 요건(공제율 85% 기준)은 5년간 급여총액의 400%(매년 80% 수준) 이상만 맞추면 된다.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이용 건수는 연평균 1만 건이 넘어 한국(88건)의 100배가 넘는다. 일본도 5년간 근로자 수의 80%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7년간 자산의 20% 이상 처분을 금지하는 요건(80% 유지)도 기업이 숨막혀 하는 사후관리 요건으로 꼽힌다.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재편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동환경 변화에 안 맞아
중소기업중앙회는 현행 ‘7년간 100%’인 고용유지 요건을 ‘5년간 80%’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난 3월 국회에 건의했다. 또 자산처분 허용을 기존 ‘7년 이내 20%’에서 ‘5년 이내 50%’로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고용유지 요건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확산과 최저임금 급등,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노동환경 변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 유지 요건을 ‘5년간 80%’로 완화하고 연간 고용 유지비율 요건(80%)을 폐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국회에 발의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근로자 숫자를 채워야 하는 현 요건은 기업의 일자리 양산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준석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세무사)는 “664만 개 중소기업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초우량 기업, 성실납세 기업, 일반 기업 등 3개 군으로 나눠 사후관리 요건을 기업 사정에 맞게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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