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현 교수 "킴리아 1회 투여하는데 5억…국산 맞춤 항암제 개발 시급"

입력 2021-07-07 17:43   수정 2021-07-08 01:55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국내에서 판매가 허가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반응이 크지 않다. 현재까지 투약이 완료된 환자는 1명뿐이다.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혈액암 중 비교적 흔한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에 주로 쓰인다. 환자의 40%는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아 킴리아는 지난 3월 국내 허가가 났을 때만 해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치료 시간 때문이다. 킴리아는 비급여로 적용되며 1회 투여당 가격은 4억6000만원이다.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킴리아는 가격이 매우 비싼 데다 제조기간이 한 달 넘게 걸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추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CAR-T 치료제는 ‘개인 맞춤형’ 약물이다.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특정 암세포만을 제거하는 세포치료제다. 하지만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대부분의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을 이용한다. 국내에서 처방하는 킴리아는 미국에서 생산한다. 환자의 혈액을 얼려 항공편으로 보내면 미국 제조공장에선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유전자 조작을 하고, 이를 다시 얼려 한국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한 달이다.

윤 교수는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진행 속도가 빨라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 공격성 혈액암”이라며 “투약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국산 CAR-T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산 CAR-T 치료제가 개발되면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윤 교수는 “개발 기업과 병원 간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국산 치료제의 경우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재 국내 CAR-T 치료제 중 임상 1상에 진입한 치료제는 큐로셀의 ‘CRC01’이 유일하다. 앱클론의 ‘AT101’은 지난달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1·2상을 신청했다. 승인될 경우 내년 초부터 환자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산 치료제가 나오면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혈액의 동결과 이동 등에 필요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인받은 국산 CAR-T 치료제가 늘면 건강보험 적용도 수월해진다”며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의료 현장에서는 건보 적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4월 CAR-T 치료센터를 열고 큐로셀이 개발한 CAR-T 첫 투여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도 CAR-T 치료를 위한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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