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둑 터진 자영업 대출…月 1조씩 빚보증 선 지역신보도 '흔들'

입력 2021-07-08 17:37   수정 2021-07-15 16:06


서울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존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를 위해 2조원 규모의 ‘4무(無) 안심금융’ 대출을 시작했다. 대출이자, 보증료, 담보, 종이서류가 없다는 뜻에서 ‘4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대 1억원을 1년간 무이자로 빌려쓸 수 있는 이 대출이 ‘무담보’로 가능한 것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때문이다. 서울신보재단과 같은 지역 신보재단들은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금융회사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담보력이 없는 소기업·자영업자들에게 보증을 서준다.

법적으로는 기본재산의 15배까지 보증을 설 수 있지만 통상 지역 신보재단들은 이 운용배수를 5~6배로 유지해왔다. 보증해준 대출이 부실이 나면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 여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신보재단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신보재단의 경우 서울시가 매년 출연금 예산집행 계획을 세울 때 서울신보의 적정 운용배수를 5~7배(6.3배)로 책정해왔다.

운용배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보증 여력이 줄어들고 대위변제 능력이 취약해져 부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 서울 경북 대구 등 상당수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가 10배를 웃돌아 ‘위험수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신보재단 재무구조 비상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에는 16개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가 5.27~6.23배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긴급자금 수요가 폭증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신용보증기금·지역 신보재단 등 보증기관을 통한 금융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둑이 무너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전국 지역 신보재단의 운용배수는 9.16배로 치솟았다. 보증잔액이 1년 만에 23조원에서 39조4222억원으로 16조4000억원(71.3%) 급증한 결과다. 연간 보증공급(신규보증과 기한연장) 건수는 110만2797건, 금액은 28조5069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늘었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지역 신보재단들은 보증잔액을 소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보증잔액을 보면 40조5962억원으로 더 늘었다.

지난 1년5개월간 보증잔액이 4조2000억원에서 8조6267억원으로 급증한 서울신보재단의 운용배수는 10배에 이른다. 1조3800억원에서 2조2940억원으로 늘어난 대구신보재단도 10.7배다. 경북 10.2배, 대전 10.2배 등 운용배수가 10배 수준인 곳도 일곱 곳에 달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손이 생기면 중앙정부가 보전해줄 의무가 있는 신용보증기금과 달리 지역 신보재단은 지자체에 보전 의무가 없어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신보의 적정 운용배수를 더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실 리스크 닥칠 것”
정부와 지자체가 16개 지역 신보재단과 이들의 재보증을 담당하는 신보재단중앙회에 출연한 금액은 작년 6256억원에 달했다. 2017~2018년 약 1270억원, 2019년 1698억원에서 4~5배 늘었다. 올해 정부와 지자체 출연금은 4985억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신보재단이 5개월 만에 연간 보증공급 계획의 70~80%를 소진한 데다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 조짐까지 나타나 자영업자의 보증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정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급증한 보증은 올 하반기 이후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보증사고율은 통상 2~3년째부터 올라가는데, 위기상황에는 꼼꼼한 심사보다 ‘급한 불 끄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최근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이미 빚으로 버티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간신히 잡았던 매출 회복 희망의 끈을 다시 놓치고 있다. 안 그래도 상환 여력이 바닥났던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은 또 높아졌다. 부천시에서 카페를 하는 이모씨(39)는 작년 말 폐업을 고민했지만 경기신보재단에서 받은 대출 7000만원에 걸려 이조차 못했다. 폐업하면 대출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텨도 뾰족한 수가 없지만 상환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사업자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보증잔액 1위 서울신보재단(8조6267억원)은 올해 사고율 관리 목표를 작년(1.6%)보다 두 배 높은 3.3%로, 2위인 경기신보재단(8조1474억원)은 6.3%로 잡았다. 두 곳에서만 8000억원에 가까운 부실이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 의원은 “코로나 국면에서의 보증확대는 응급조치 성격의 한시적 대책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보증과 대위변제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인 만큼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부채 조정, 폐업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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