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미워도 다시 한 번?[강현우의 차이나스톡]

입력 2021-07-24 17:09   수정 2021-07-24 19:37


많은 분들이 중국 빅테크는 당분간 경영 환경이나 주가가 재미가 없을 거라고 보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리바바라는 기업이 사라질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 공산당이 굉장히 단순 무식해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상당히 치밀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들도 수많은 국유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나 앤트그룹 국유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저는 중국이 알리바바 같은 기업을 공중분해하거나 국유화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현재로선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또 공산당 정책 시행에도 앞장서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 최대 운용사, 빅테크 펀드 새로 조성
그동안 모건스탠리 같은 해외 자산운용사가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담고 있다는 소식은 몇 번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가 중국 빅테크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화샤자산운용이라는 회사고요. 중국 최대 국유 증권사인 중신그룹 계열 운용사입니다. 운용자산이 총 1조6000억위안, 약 280조원 정도 되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회사입니다.

화샤자산운용이 최근 4억위안, 약 700억원짜리 인터넷선도기업펀드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빅테크 견제 속에 비관론이 거세지고 있는데, 자기들은 여기서 기회를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투환위 펀드매니저는 자금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빅테크 주가들이 빠진 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습니다.

화샤자산운용의 새 펀드가 어떤 종목을 얼마나 담을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주된 타깃으로 삼을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홍콩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월 고점이었던 270홍콩달러에서 최근 200홍콩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입니다.
대규모 채용 나선 알리바바
알리바바의 최근 여러 활동들을 보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지도에 적극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중국 매체들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언론 통제가 심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알리바바의 경영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지난 19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을 실시한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알리바바가 대졸 공채 공고를 내놨는데요. 모집 직군이 113개에 달하는데다가 45개 직군은 그동안 뽑지 않았던 새로운 부문이라고 합니다. 알리바바는 기본적으로 전자상거래를 하는 테크기업이기 때문에 그동안 엔지니어 직군 위주 채용을 해왔는데요. 이번에는 광고 마케팅 서비스개발 같은 인문계 직군들을 대거 추가했습니다.

이 채용 공고 기사를 가장 먼저 다룬 매체 중 하나가 중국 공산당 산하 공산주의청년단이 운영하는 청년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중국 지도부의 가장 큰 고민이 청년실업인데, 알리바바가 대규모 채용을 하겠다고 나선 건 지도부의 이런 고민 해결에 제대로 나서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베이징 본부에 공산당 위원회 설치
알리바바가 정부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마윈 창업자와의 관계 정립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윈은 2019년 이미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그동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마윈이 들고 있는 알리바바 지분은 4.8%고요. 이번 빅테크 사태 이전부터 마윈은 알리바바 지분을 모두 처분해 자선 활동에 쓰겠다고 해왔습니다.

알리바바는 작년 앤트그룹 상장이 중단된 이후 마윈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여러번 밝혔습니다. 지난 3월에는 베이징 본사에 공산당 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의 본사는 기본적으로 고향인 항저우에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 중앙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그러는 것처럼 베이징에도 본사급 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아예 항저우와 베이징을 쌍중심 쌍본부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베이징에 본부가 있고요.

베이징 본부에 공산당 지부를 두고 있었는데, 이 지부의 규모를 키우면서 당 위원회로 승격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당원 세 명 이상이 있는 조직에 당 조직인 당조를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베이징 당위원회에는 베이징 직원 전체의 30% 이상이 가입돼 있다고 합니다. 당위원회 창립총회 당일에는 공산당 중앙당교 마르크스주의중국화 연구소장인 리하이칭 교수가 특강을 했다고 하고요. 중앙당교는 공산당 간부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입니다.
마윈 앤트그룹과의 관계 단절 중
알리바바와 마윈의 남은 연결고리는 앤트그룹입니다. 앤트그룹은 중국 모바일결제 1위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이고요. 10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바탕으로 소액대출 보험 펀드 판매 같은 금융업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앤트그룹에 우리 상품 팔아달라, 우리 돈 좀 써달라 하는 식으로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앤트그룹은 알리바바 전자상거래를 지원하는 기능으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결제 상황에서 구매자에게 결제 대금을 받은 다음 구매자가 상품을 받아보고 승인을 하면 대금을 판매자에게 전달해 주는 모델로 시작했습니다. 뭘 믿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사느냐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 이런 방식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신뢰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이후에는 소비자가 알리바바에서 물건을 사는 구매 패턴과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신용도 평가 프로그램을 구축했습니다. 중국에선 일정 신용도가 없으면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서민들은 각종 고금리 사채를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앤트그룹이 중금리 대출을 해주니까 수요가 대거 몰린 겁니다. 앤트그룹은 은행들과 제휴해서 자기 돈은 별로 안 넣고 대출업을 했죠.

초기에는 순기능이 많았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앤트그룹 소액대출로 서민들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커졌습니다. 과도한 빚은 누구에게나 큰 불행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게다가 텐센트 메이퇀뎬핑 디디추싱 이런 빅테크들이 앤트그룹 모델을 따라서 너도나도 금융업을 벌리게 된 겁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경에는 빅테크들에게 휘둘려 온 기존 금융회사들의 입김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들에게 은행급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출의 일정액 이상을 자본으로 투입하라는 규정을 입안했습니다.

은행급 규제를 받는다는 건 간단히 말하면 앞으로 앤트그룹이 하는 금융업은 뭐가 됐든 중앙정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으라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소액대출이나 펀드 판매를 할 때도 당연하 각 업무마다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각각 부문마다 지방정부 금융당국과 해결하면 되는 이슈도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하기가 쉬웠습니다.

이렇게 금융당국이 규제 수위를 높이자 마윈이 작년 10월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겁니다. 그 직후 앤트그룹 상장 전격 중단 사태가 터졌고요. 알리바바 주가도 계속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윈은 앤트그룹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지는 않고요, 이중의 페이퍼컴퍼니 구조로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마윈이 항저우윈보투자회사의 지분을 34% 갖고 있고요, 항저우윈보가 다시 앤트그룹 지분 29%를 들고 있는 항저우쥔한과 20%를 들고 있는 항저우쥔아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알리바바그룹은 앤트그룹 지분 33%를 들고 있습니다. 마윈과 알리바바의 관계가 완전히 끊긴다고 보면 알리바바는 앤트그룹의 2대주주라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앤트그룹 상장을 앞두고 알리바바 주가가 뛴 게 앤트그룹 성장성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앤트그룹 상장 가능성도 희박해졌고, 상장한다고 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예전 같은 수익성이나 성장성을 보여주긴 어려울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알리바바가 갖고 있는 앤트그룹 문제는 이제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반도체 굴기까지 지원하는 알리바바
다시 알리바바가 공산당과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근에 중국 반도체 굴기가 일어서기도 전에 무너졌다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파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관련 기사들을 보면 여기에 알리바바가 등장합니다.

칭화유니그룹 계열사 중에 클라우드업체인 쯔광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영어 이름은 유니스플렌더고요. 채무 상환 자금이 필요한 칭화유니그룹이 쯔광을 알리바바에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칭화유니그룹이 쯔광 지분을 46% 갖고 있고요. 쯔광은 상장사인데 현재 주가는 27위안, 시가총액은 800억위안, 약 14조원 정도 됩니다.

인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서 500억위안, 약 9조원 가까이 될 전망입니다. 알리바바와 함께 장쑤성 산하 우시산업발전그룹, 베이징시 산하 베이징전자 같은 국유기업들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런 구도는 결국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국유 반도체업체 살리기에 돈을 태우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중국 1위 클라우드업체라는 점에서 쯔광 인수가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또 칭화유니그룹으로서는 알짜 자회사이긴 하지만 반도체와의 연관성이 다른 자회사들보다는 떨어진다는 점에서 매각을 결정할 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쑤닝닷컴 국유화에도 동참
알리바바는 쑤닝닷컴 살리기에도 동참했습니다. 쑤닝닷컴은 장쑤성 난징에서 하이마트 같이 전자제품 유통으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한때 중국 최대 유통업체로도 꼽혔고요.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인터밀란을 인수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프랑스 까르푸의 중국 법인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에서 알리바바와 징둥 같은 신흥 사업자들을 따라잡지 못해 결국 사실상 국유화됐습니다. 장쑤성 정부가 알리바바 샤오미 하이얼 메이더 같은 민영 기업들을 참여시킨 민관 펀드 장쑤신유통혁신펀드2기를 조성했고요, 이 펀드가 88억위안, 약 1조5000억원을 출자해서 쑤닝 최대주주 측으로부터 지분 16.96%를 인수해서 3대 주주가 됐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인 장진둥 명예회장 지분율은 20.35%로 낮아졌고요, 알리바바 계열사인 타오바오가 기존 19.99% 지분을 계속 유지합니다. 30% 이상 주주가 없어서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알리바바는 이번 민관 펀드 참여자 중에서 가장 많은 30%를 넣었습니다. 25억위안, 약 4500억원 정도는 투자한 건데, 장쑤성 정부나 알리바바 측이나 모두 앞으로 쑤닝 경영에 더 많이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쑤닝닷컴 이사회에서는 기존 이사 6명 가운데 경영권을 가진 장진둥 회장 측이 네명, 알리바바 측이 두 명이었는데요. 앞으로는 민관펀드 두명, 장 회장 측 두명, 알리바바 두 명으로 구성됩니다.

쑤닝이 겉으로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됐지만 사실상 국유기업이 됐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시진핑 정부는 출범 이후 국유 기업이 앞에 나서고 민간은 뒤로 물러난다는 국진민퇴를 추진해 왔는데요. 이번 쑤닝 사례처럼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서 민간 기업을 참여시키면서 리스크는 줄이고 경영권은 정부가 행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이런 구조에 돈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면서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라이벌 텐센트와 협력까지
알리바바는 절체절명의 라이벌인 텐센트와도 협력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에서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쓸 수 없습니다. 텐센트가 투자한 징둥에선 알리페이를 안 받고요. 중국인 대부분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동시에 쓰기 때문에 실제로 큰 불편은 없긴 합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표적으로 제시한 독점권 남용 행위가 이선일, 즉 양자택일입니다. 두 회사로선 양자택일적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알리바바 계열인 음식배달업체 어러머에서 위챗페이를 쓰고, 텐센트가 투자한 메이퇀뎬핑에서 알리페이를 받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런 전략적 변화는 먼저 당국의 반독점 규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요. 또 나아가서는 당국이 문제삼고 있는 정보의 독점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늘은 중국 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알리바바를 최근 소식들을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당분간 주가가 바닥을 길 것이란 전망은 많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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