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순직한 병사의 모친이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다"라며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육군 22사단 소속 의무병 A 상병(순직 후 일병서 상병으로 추서)의 어머니 편지를 공개했다.
A 상병의 모친은 "아들은 6월 24일 코로나19 1차 접종을 하고 6월 30일 GP로 올라갔다.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7월 1일 오전 8시 일반의무병인 아들이 수색대원들고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고 하더라.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6~42도인 가파른 산길을, 혼자 걷기도 힘든 수풀이 우거진 길을 내려갔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웬만하면 힘들다는 얘기도 안하는 아이인데 힘들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고 귀대과정 오르막에서는 이상증세도 보였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A 상병의 모친은 "작전지역이 너무 험해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해 결국 같이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들을 업고 머리를 보호하고 뒤에서 받치며 이동하다 열이 심한 것 같으면 내려서 물 뿌리고 아이드패드로 엎고 다시 업고를 반복하며 GP까지 왔다고 한다"며 "최선을 다해 아들을 데리고 왔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진 때가 12시 반 경인데 GP에 올라온 시간이 오후 2시 55분 경이었고, 응급실 도착이 4시 15분경이었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도착한 아들 체온은 40도가 넘었다. 뇌는 주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있었고, 팔다리는 경련을 일으키고 혈압은 70 밑으로 떨어졌다"며 생사를 오갔던 며칠 간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병명은 열사병이 맞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백신 맞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아이를, GP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일반의무병인 아이를 훈련도 없이 수색대원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하고 훈련소에서 행군해본 게 다였을 아이를 최소한의 훈련도 없이 방탄조끼에 앞뒤로 짐을 메게 하고는 헬기로 구조도 안 되는 지형으로 작전에 투입하며 어떠한 안전조치도 없었던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다"면서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아빠가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나 별을 단 장성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였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의무병이었던 고인은 지난 1일 DMZ 작전 중 쓰러져 8일 오후 사망했다. 군은 작전 중 순직한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한편 군은 정확한 사고경위와 원인 등에 대해 조사 중에 있으며, 금주 중으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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