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임기 보장받은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입력 2021-07-26 17:05   수정 2021-07-29 00:01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가 70세 임기를 보장 받았다. 그의 나이는 올해 65세. 5년 뒤인 2026년 행사 가능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JP모간 이사회는 "다이먼 대신 황제에 오를 사람은 아직 없다"고 공표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 최고 경영자로 인정받은 그가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16년 간 멘토로 함께 했던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으로부터 1998년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JP모간을 세계 최고 은행으로 키워냈다. 냉철한 판단력, 실적 중심 경영, 열린 리더십은 다이먼이 월가 최장수 CEO 자리에 오른 비결로 꼽힌다.
16년째 JP모간 맡아 경영
'7.4년'. 세계 10대 투자은행 현직 CEO들의 재임기간이다. 미국 4대 은행의 현직 CEO 재임기간은 7.3년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이먼은 2005년 JP모간 CEO에 오른 뒤 15년 넘게 경영을 이어왔다.

2018년 3월 JP모간 이사회가 허락한 그의 임기는 2023년까지다. 하지만 이들은 다이먼의 시대가 좀 더 이어지길 바랐다. 지난 21일 다이먼은 2026년까지 재임해야 행사할 수 있는 15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주식 가치를 현금으로 계산하면 4900만 달러(약 565억원) 정도다. 18억 달러(2조750억원) 자산가인 다이먼에게 큰 액수는 아니다. 주목 받은 것은 임기다. 그때가 되면 다이먼의 나이는 70세다. JP모간 CEO로 재임한 지 21년이 된다.

미국 S&P 500 기업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CEO들은 재임 11~15년째 되는 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황금기'를 보낸다. 다이먼이 보장받은 임기는 이런 황금기마저도 지난 때다. JP모간 이사회가 그에게 사실상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씨티 해고 후 뱅크원 흑자전환
신뢰를 키운 것은 실적이다. JP모간 이사회는 "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장기적 기업 관리, 리더십 연속성, 경영승계 계획 등을 고려해 스톡옵션 수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다이먼 취임 후 JP모간은 직원 25만명이 근무하는 명실상부 미국 최고 금융기관 자리에 올랐다. 취임 전인 2005년 JP모간 순이익은 84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던 2019년 364억3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4년 만에 4배 넘게 급등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291억달러 순이익을 냈다.

다이먼은 디테일에 강한 CEO로 꼽힌다. 매일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면서 때론 담당 직원보다 더 자세한 세부 사항을 짚어낸다. 숨기지 않고 직설적인 그의 화법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면서 '다이먼교(cult)'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그를 키운 것은 시련이었다. 다이먼은 1998년 씨티그룹 CEO에서 해임됐다. 그에게 시련을 안긴 것은 1982년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 졸업 후 함께한 멘토인 웨일이었다. 다이먼은 웨일과 함께 16년 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커머셜크레디트, 트래블러스그룹, 씨티그룹을 차례로 일궜다. 하지만 웨일은 자신의 딸을 인사에서 배제했다는 이유로 다이먼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갑자기 맞은 휴식기에 그는 권투를 배웠다. 위대한 지도자들의 위인전도 읽었다. 이듬해 다이먼은 웨일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실패를 통해 인생을 배웠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CEO

이듬해 2000년 3월 다이먼은 미국 5위 은행이던 뱅크원 CEO에 올랐다. 5억1100만 달러 순손실 기업을 3년 만에 35억 달러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서슴없이 하는 그에게 '피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CEO'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4년 JP모간은 뱅크원을 580억 달러에 인수했다. 조건은 다이먼이 CEO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JP모간 CEO가 된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잇따라 인수하는 M&A 전략으로 JP모간을 세계 최고 은행 반열에 올렸다. 인수 결정을 머뭇거리는 이사진에게 그는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다.

2012년에도 위기는 있었다. JP모간 런던지사에서 파생상품 거래로 62억 달러 손실을 냈다. ‘런던 고래’ 사건이다. 퇴임 압박이 빗발쳤지만 그는 사상 최대(당시 213억 달러 순이익) 실적을 올리면서 이사회의 마음을 돌렸다.

지난해 3월 다이먼은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수술을 받고 돌아온 그는 5월 소비자금융 부문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지출이 크게 늘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올해 2분기 개인고객 예금은 19% 늘었다. 병상에서 내렸던 그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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