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위'가 가르쳐 준 것

입력 2021-07-26 17:43   수정 2021-07-27 00:19

40대 초반에 취미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오로지 바위와 만나는 손발에 집중하고 내 몸과 만나는 암벽에 몰입하면서 한 손, 한 발, 오르내릴 때, 나는 나를 넘어서는 훈련을 했다. 매 순간 바위와 더불어 새롭게 태어났다.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의 지혜를 선물로 받았다. 물론 그 선사는 바로 주어지지 않는다. 내 정성과 시간을 먼저 바위를 향해 바쳤을 때 가까스로 주어지는 축복이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우선 암벽을 타는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 훈련·교육이 필요했다. 마땅히 체력도 필요했기에 꾸준히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서울 근교의 여러 암벽장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암벽 혹은 암릉 산행지 정보들도 수집하고, 현장감을 키우기 위해 전국 암벽장 순례도 꾸준히 했다. 암벽등반과 관련된 전문 서적이나 강의, 동영상 등도 열심히 모아 동호인들과 나눴다.

아마추어 암벽등반의 묘미는 아무래도 등반 루트에서 난도 높은 구간, 즉 크럭스를 넘어갈 때다. 크럭스는 종종 힘들 테니 물러서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니까, 넘어야 한다. 하고 보니 어떻게 어떤 독특한 자세와 무브(동작)로 크럭스를 넘어갔느냐, 이런 얘기들을 동료들과 일종의 무용담처럼 주고받을 때도 많았다. 물론 매사가 그렇듯 언제나 무용담만을 생산할 수는 없다. 어떤 루트에서 동작 실패로 추락할 때도 있다.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다. 그러고 나면 1주일 내내 그 실패한 루트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던가 숙고한다. 어떤 자세, 어떤 무브로 넘어갈 수 있을까, 궁리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끊임없는 집념으로 나를 채비한다.

바위는 내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또 내게 이른다. 게으르지 말라고. 꾸준히 단련하라고 촉구한다. 체력이 부족하면 바위와 가까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매일 새벽에 1시간 넘게 다소 격한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엔 비교적 약체였는데 이제는 강한 체력을 지닌 사람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는다.

바위와 더불어 나는 익히고 실천한다. 암벽등반은 늘 고난도의 문제풀이(?)를 하는 것과 같다. 정석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을 탄력적으로 넘어서 늘 새롭게 모색해야 풀 수 있다. 어디 바위에서만 그렇겠는가. 삶터에서나 일터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종종 만나는 어려운 과업들, 풀기 어려운 인간관계들, 얽히고설킨 사태들 또한 암벽의 형국일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예리한 결단이 서면 주저 없이 과감히 시도한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한다. 이 모든 것이 바위를 통해 습관처럼 몸에 익힌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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